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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프랑스 경제장관급 협상단 극비리 방한···LG화학 전기차 배터리 공장 유치 요청구광모 회장과 무슨 얘기 오갔나?···폴란드공장 증설 계획 중 틈새공략···문재인 정부는 프랑스와 북핵외교···조중훈의 ‘에어버스 외교’ 데자뷔···딜레마에 빠진 구광모의 선택은?

[뉴스비전e탐사팀 단독보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구애’로 구광모 LG 회장이 심각한 딜레마에 빠졌을 가능성이 있다.

최근 마크롱 행정부의 경제관료들로 구성된 협상팀이 극비리에 방한해 LG 수뇌부와 접촉한 정황을 <뉴스비전e> 탐사팀이 포착했다.

경제특사들이 파리에서 서울을 다녀가며 하룻밤도 묵지 않고 서둘 만큼 시급하게 LG와 다룰 사안은 무엇이었을까?

◆ 프랑스 장관급 협상팀 극비리에 LG 방문

이번 ‘비밀 협상’과 관련된 익명을 요구한 인사는 “프랑스가 LG화학의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공장 유치를 관철하기 위해 극비리에 협상팀을 급파한 것”이라고 확인해 주었다.

폴란드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가동 중인 LG화학은 최근 대규모 증설을 발표했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프랑스 협상팀의 갑작스러우면서도 ‘은밀한’ 접촉은 폴란드공장 증설 계획의 틈을 파고든 모양새다.

프랑스측 협상팀에는 한국계 장관 ‘세드리크 오(한국명 오영택)’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3월 말 세드리크 오 대통령실 경제보좌관을 디지털경제부장관으로 임명했다.

오 장관은 2012년 대선 때 사회당 캠프에서 보좌진 동료인 마크롱과 친분을 쌓아 2016년 마크롱이 출마한 대선캠프에서 회계를 총괄했다. 마크롱 대통령 입장에선 오 장관이 한국계이니 만큼 LG를 설득할 적격자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마크롱 대통령은 그간 전기차산업 육성을 역설해 왔다. ‘노란 조끼’로 홍역을 치르는 상황에서 LG 배터리공장 유치는 당장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고, 길게는 기술개발을 통해 유럽은 물론 전 세계 전기차시장을 주도하는 원대한 비전을 갖게 한다.

물론, LG측은 이번 비밀 미팅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LG화학 홍보실은 “사실을 확인해줄 수 없다”며 “그룹에 확인해 보라”고 귀띔했다. 그룹 홍보실 유원 부사장은 “금시초문”이라는 말로 일축하면서도 “사실무근”이라고 확인해주지는 않았다.

◆ 입지상 프랑스는 부적격?

전기차 배터리는 LG화학 사업의 65%를 차지할 만큼 그룹의 주력 분야가 되었다.

글로벌 전기차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함에 따라 현지 공장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오창(한국), 홀랜드(미국), 난징(중국), 브로츠와프(폴란드)’로 이어지는 글로벌 4각생산체제를 구축해 35GWh 이상의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지난해 10월엔 2조1,000억 원을 들여 중국 난징에 전기차 배터리 2공장을 짓고 있다. 올 1월에는 난징 1공장과 원통형 배터리 공장 증설을 위해 1조2,000억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배터리생산 능력을 올해 말까지 70GWh, 2020년 말까지 110GWh 수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 9일엔 배터리 증산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15억6,000만 달러(약 1조7,800억 원) 규모의 글로벌 그린본드도 발행했다.

LG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유럽 매출 비중이 가장 크다. 유럽 내 거의 모든 자동차 브랜드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증설이든 신설이든 유럽에서 생산능력을 늘려야 한다.

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의 바람과 달리 프랑스는 고려 대상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입지는 아무래도 서유럽보다는 동유럽이 유리하다. 프랑스가 아무리 좋은 조건을 제시한다 해도 말이다.

◆ 문재인 정부에 프랑스는?

입지가 맞지 않는다고 해서 마크롱 정부의 제안을 거절할 수 없는 것이 구광모 회장의 고민일 수 있다. 한국과 프랑스간 외교상 문제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프랑스를 방문해 마크롱 대통령을 만났다. 2017년에도 정상회담을 했다. 문재인 정부에 대북정책과 관련해 프랑스는 매우 중요한 나라다. 유엔 상임이사국일 뿐 아니라 아프리카 전역에 영향력을 행사해 대북제재 해제를 위한 국제 여론을 리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대북정책에 프랑스의 지지가 절실한 만큼 구 회장 입장에서 나몰라라 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삼성과는 달리 LG에 각별한 관심을 보여 온 것도 구 회장에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해 4월 서울 마곡동 LG사이언스파크 개장식에 참석한 문 대통령은 LG사이언스파크를 “민간주도 혁신성장의 현장”, “대한민국 혁신성장의 미래”라고 치켜세우며 “이제 더는 실리콘밸리를 부러워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극찬했다.

이어 “젊은이가 창업으로 희망을 갖고 중소벤처기업이 함께 성장하면 LG는 국민에게 더욱 사랑받는 대기업이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구 회장 역시 지난해 9월 평양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단 멤버로 데뷔한 이후 올해 청와대 신년회와 ‘기업인과의 대화’ 등에 출현하며 문재인 정부에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었다.

지난 3월엔 구 회장이 간부회의를 주재한 후 전국 초·중·고교에 대용량 공기청정기 1만 대를 무상 제공하기로 했다. LG유플러스의 사물인터넷(IoT) 공기질 알리미 서비스와 인공지능(AI) 스피커도 무상 지원하기로 했다. 150억 원에 달하는 ‘통 큰 기부’였다.

당시 이낙연 총리는 SNS에 “구광모 회장 주재 회의에서 결정하고 권영수 부회장이 나에게 그 뜻을 전달했다”며 “교실 1.5배 공간에서 빠르게 공기를 정화하는 대용량 제품”이라고 홍보까지 해주었다.

앞서 문 대통령은 “학교 교실에 대용량 공기청정기를 설치하도록 재정지원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었는데, 구 회장이 적극 화답한 것이다.

구 회장이 마크롱 대통령의 러브콜을 거절하기엔 문재인 정부와 쌓은 신뢰가 너무 돈독하다.

◆ 조중훈 회장의 ‘에어버스 외교’ 데자뷔···‘울며 겨자 먹어야?’ 구광모의 딜레마

한국 정부와 프랑스 정부간 외교문제 해결사의 원조 총수는 고(故) 조중훈 한진 회장이다.

1971년 북한은 세계보건기구(WHO) 단독 가입을 추진하면서 프랑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안간힘을 쏟았다. 아프리카의 옛 식민지들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프랑스를 통해 득표한다는 계산이었다.

프랑스의 지지를 얻는 조건으로 2억 달러에 달하는 건설장비를 구매해주었고, 그 결과 북한의 WHO 단독가입은 유력해졌다.

프랑스가 한국을 배제하고 북한과 손잡은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한국 정부가 도시지하철 기술용역을 프랑스에 주기로 했다가 막판에 일본으로 돌아서면서 엘리제궁의 심기를 건드려 ‘외교단절’ 위기에 봉착했던 것이다.

당시 김종필 총리가 찾아가자 프랑스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 에어버스 구매를 제안했다. 애꿎은 조중훈 회장만 난감하게 되었다. 에어버스는 성능 파악도 안 되어 주주국인 영국과 스페인 항공사들도 주문을 꺼리고 있었다.

그러나 조 회장은 정부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어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에어버스를 구매했다.

50년 가까이 지난 지금 구광모 회장이 다시 “울며 겨자를 먹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프랑스어 ‘데자뷔(deja vu)’가 연상된다.

문재인 정부가 LG에 호의만 보이고 있는 건 아닌지도 모른다. 지난 3월 공정거래위원회는 LG그룹에 대한 대대적인 부당내부거래 조사에 착수했다. 총수 일가 지분이 있는 물류계열사 판토스가 타깃이다.

탐사보도팀  news@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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