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각 사 제공>
[뉴스비전e 박준상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6일 '2017년도 통신서비스 품질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SK텔레콤의 LTE와 3G 속도가 경쟁사들보다 우수했고, 와이파이의 품질은 KT가 다른 두 이동통신사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천 과기정통부에서 담당국장이 LTE, 3G, 와이브로 등 서비스별로 평가 결과를 발표할때까진 그냥 기존의 브리핑과 다른 점이 없었다. 하지만 질의 응답 시간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인터넷 분야에서 각 통신사별 순위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담당 국장은 "통신사별로 순위는 없습니다"라고 답변하는 것이 아닌가?
 
'각 사별로 수치가 다 나와 있는데, 왜 굳이 순위가 없다고 말하는 걸까?'라고 생각하는 순간 담당 국장은 다음과 같은 말을 이어 갔다.
 
"순위는 없다는 게 수치는 차이가 난 게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좀 균일합니다.(각 사별 강점을 설명)  이렇게 각 사가 장점이 있다는 것으로 좀 말씀을 드리고......"
 
첨부자료에 각 사별로, 각 지역별로 평가결과의 수치가 자세히 다 나와 있는데, 왜 통신사별 장점을 일부러 부각시키는 걸까? 라는 의구심이 생겨나고 있던 그 때.
 
"지난해 저희가 각사별 수치가 아닌 이통 3사의 평균을 발표했던 건, 의도적인 게 아니라, (중략) 주파수 회수·재배치가 있어서 다른 사업자가 쓰던 주파수를 또 다른 사업자가 이전해 가는 과정에서 그게 준비가 다 안 돼서 속도 측정하는 데 조금... 그러니까 이런 회수·재배치가 영향을 미쳐서 속도의 차이가 생기기 때문에 그것을 평균으로 발표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해서 사별로 발표를 안 했고요....."
 
계속되는 담당국장의 답변은 '이것 때문이었구나' 하는 생각에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지난해 연말. 지난 정부 미래창조과학부는 해마다 통신사별로 공개했던 품질 평가를 갑자기 평균치로 발표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시민단체들이 통신사별 데이터 공개를 강력히 요구하자 올해 다시 각 사별 데이터를 공개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LTE 서비스가 세계적으로도 매우 우수해 속도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졌을 정도로 빨라졌다”는 당시 미창부 관계자의 발언도 다시 생각났다.
 
물론, 일정부분 이해할 수 있는 점도 있다.
 
사실 품질평가에서의 수치는 Mbps(mega bits per second)로 초당 메가비트(백만비트)를 전송할 수 있는 데이터 전송속도를 나타내는 단위이다. 각사별로 속도가 차이난다 해도 많아야 10여초 안팎이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동통신사별로 수치를 공개하고 순위를 메긴다는 건, 속도의 경쟁을 유발하고 과잉투자를 자극할 수도 있다는 담당국장의 의견도 수긍할만은 하다.
 
하지만, 왠지 앞뒤가 바뀐 듯 하다.
 
정부가 통신서비스 품질을 평가하는 이유는 국민을 위해서다. 서비스별, 지역별로 어떤 통신사가 더 품질이 좋은 지를 소비자에게 알려 선택의 폭을 넓게 하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통신사의 체면이 아니라 요금을 지불하고 사용하는 소비자의 입장을 더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국민이 낸 세금을 사용해 하는 품질평가이기 때문에 더욱 더 소비자의 권익을 고려한 조사가 되어야 할 것이다.
 
기자들이 각 통신사별 순위를 묻는 이유도, 그저 기사를 더 자극적으로 쓰려는 이유만이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있는 사실을 더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독자들이 합리적인 통신서비스를 선택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다.
 
담당국장은 브리핑을 마치면서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저희가 이 속도를 조금 더 높이고....무료 서비스라든지.....통신사가 소비자를 위해....역할을 잘 하도록 그렇게 관심을 갖겠습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통신분야에서도 요금인하 등 다양한 정책이 펼쳐지고 있다.
 
과연 그러한 정책들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정책을 세우고 집행하는 모든 주체들이 본질을 다시 한번 되새겼으면 하는 바램을 갖는 이는 기자만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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