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항공 정시율 추락…하네다 공항 혼잡 속 지연 일상화

2025-11-24     차승민 기자
사진=뉴시스 제공.

일본 항공업계가 오랜 기간 유지해온 ‘정시 운항 강국’의 명성이 흔들리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1월 23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일본 여객 항공편의 지연이 일상화되며 정시율이 눈에 띄게 악화되고 있다. 국토교통성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일본 국내선 정시율은 약 84%로 예상되는데, 이는 지난 10년 평균 대비 7%포인트 하락한 수준이다.

항공 데이터 분석 업체 리스웨이가 발표한 ‘2024년 전세계 항공사 정시율 순위’에서도 일본 항공사는 상위 10위권에서 모두 사라졌다. 일본 국내 항공편의 예정 출발 시각 15분 내 출발 비율은 2010년 94%에서 2016년 약 80%로 떨어졌으며, 2024년에는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연 증가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공항의 과밀 문제다. 2024년 일본의 국내외 항공편 수는 99만 회로 2010년보다 17만 회 늘었으며, 공항 혼잡도가 정시성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특히 하네다공항은 4개의 활주로를 갖추고 있음에도 이착륙 빈도가 분당 1.5대에 달해 과부하가 심각한 상황이다. 항공편 추적 웹사이트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9월 하네다공항에서 이착륙한 약 36만 건의 항공편 중 절반가량이 15분 이상 지연됐다.

하네다공항의 지연은 후쿠오카 등 타 지역 공항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쳐, 이륙 대기 줄이 길어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항공편 수 증가의 배경에는 입국 관광객 회복뿐 아니라 항공사들의 ‘효율성 우선 전략’도 자리한다. 소형 여객기를 늘려 운항 횟수를 높이는 방식은 승객 편의성과 좌석 점유율을 동시에 끌어올린다. 실제로 일본 국내외 항공편의 2024년 평균 탑승률은 약 80%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도자키 소오 사쿠라미린대 교수는 “저가항공사 증가와 가격 경쟁 심화 속에서 수익성이 높은 소형 항공기 중심 운영이 정착했다”고 진단했다.

기상 변화 또한 정시성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2024년 도쿄의 뇌우 발생 횟수는 지난 30년 평균 대비 70% 증가했다. 천둥·번개가 잦아지면서 지상 근무자들이 항공기 유도 작업을 할 수 없는 시간이 늘어나 항공편 지연이 더욱 심각해졌다.

한편 일본은 2024년 3,600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했으며, 정부는 2030년까지 이를 6,000만 명으로 늘리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항공편 지연이 계속 악화될 경우, 일본 방문을 고려하는 국제 여행객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