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권  칼럼] 쿠팡 계약직 근로자 사망, 끝나지 않은 경고

죽음으로 배송된 '속도 경쟁'의 대가 계속되어야 하는가

2025-11-23     김창권 대기자

 오늘도 새벽 하늘을 가르며 문 앞까지 도착하는 ‘로켓 배송’ 뒤에는 목숨을 내던지는 노동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우리는 최근 쿠팡 물류센터에서 계약직 근로자가 또다시 쓰러져 숨졌다는 비극적인 소식을 들어야 했다. 속도경쟁에 기인한 이윤 극대화의 부작용이 우리 사회와 거대한 플랫폼 기업에 던지는 너무나 아픈 엄중한 경고다.

 사측은 고인의 근무 시간이 주 40시간 미만이었고 지병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통계적인 수치나 의학적 소견으로 비극을 변명하려는 시도다. 어쩌면 누구나 예견했던 늘 들어왔던 대기업들의 익숙한 논리다.  

 하지만 일련의 사망 사고가 반복적으로, 특히 물류와 배송 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은 단순한 우연이나 개인의 불행으로 치부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시사하고 있다.

 이 비극의 희생자들은 대부분 일용직이거나 단기 계약직 노동자들이다. 그들은 언제든 대체될 수 있다는 불안감 속에서, 때로는 주 52시간 기준에 포함되지 않는 '비공식 노동'과 살인적인 강도의 생산 목표에 시달리게 된다. 

 냉난방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물류센터의 열악한 환경, 고강도 야간 노동이 그들의 몸과 마음에 미치는 누적된 부담과 심리적 황폐함은 통계청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으로는 절대 포착되지 않는다.

 이제 '과로'의 기준을 법적 시간을 넘어서 노동의 강도'와 '휴식의 질'로 확장해서 살려봐야하는 시점이다.  

 특히, 수면 패턴을 교란시키는 심야 노동이 지속적으로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이미 수많은 연구에서 입증된 사실이다. 과거에도 유가족의 절규와 사회적 공분이 커지자 국회 청문회가 열리고, 쿠팡 측은 유가족과 합의하며 개선을 약속했다. 

 그러나 그 합의와 개선 약속이 진정으로 현장의 노동자들을 지켜내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이 이번 비극으로 다시 한번 증명되고 있다.

 - 슬픈 배송 종식,  시스템 변화가 답이다 -

 기업은 물론, 정부의 책임도 막중하다. 주 52시간제가 무력화되는 사각지대는 없는지, 물류센터 작업 환경과 노동자의 건강권이 보장되고 있는지, 단순한 서류 검토를 넘어선 심층적이고 강력한 특별한 근로감독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는 편리함을 소비하지만, 그것이 누군가의 피와 땀, 심지어 목숨을 대가로 하고 있다면, 그 소비는 윤리적이지 못하다. 쿠팡이 진정 '혁신 기업'이라 불리려면, 가장 빠른 배송뿐만 아니라 '가장 안전한 인간적인 일터'라는 타이틀을 얻어야 한다.

 우리 사회가 이 죽음을 외면하고 노동자들의 절규를 묵살한다면, '로켓'처럼 질주하는 속도 경쟁은 결국 더 많은 희생자를 낳을 것이 너무나 뻔하다. 

 시스템을 바꾸지 않는 한, 이 슬픈 배송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특히 불기소 외압 의혹을 수사할 상설특검이 출범한  마당에 일어난 이번 계약직 근로자 사망으로 인해 쿠팡은 안팎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게 사실이다.

 이런 와중에 쿠팡이 고객 4천500여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침해사고가 발생하고도 열흘 넘게 이를 알아채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총제적 난국이다. 이럴때 일수록 난국을 빠져나가기 위해 꼼수를 부리지 말고 그동안 쌓아온 글로벌 기업이미지에 걸맞는 正道를 걸어야한다. <김창권 大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