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참새의 소망', 평범한 일상과 생존의 소망

2025-11-22     이광식 칼럼니스트 
사진=뉴시스 제공.

새 중에서 우리 주변에 가장 가깝게 살고 있는 대표적인 텃새가 참새(Eurasian Tree Sparrow)이다.

참새는 작은 몸집과 활발한 움직임을 나타내는 조류로, 전 세계에 널리 분포하고 있는 새 중 하나다. 

그래서인지 참새의 소망은 작고 약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그저 오늘 하루 무사히 넘기고 그저 배불리 먹고 싶은 평범한 바람을 의미한다. 

참새의 소망이 상징하는 의미는 무엇일까?

풍파없는 평범한 일상과 단순한 생존의 소망이다.

참새는 남산골 한옥마을의 소박한 소망처럼, 특별한 꿈이 아니라 오늘 하루 안전하게 지내고, 배고프지 않게 먹고 싶은 소망이다. 이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존재의 본질적인 바람과 닮아 있다. 

참새의 소망을 잘 묘사한 시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들판의 참새 (야전황작행野田黃雀行)>  漢詩  조식(曹植 192~232 향년 40세)의 시다.

"높은 나무엔 소슬한 바람 잦고
바닷물에는 파도가 드높기 마련,

예리한 칼 손에 없으면서 굳이 많은 친구를 사귀어야 할까.

울타리 속 참새가 매를 보고는 
그물에 뛰어드는 걸 보지 못했다.

그물친 자는 참새 잡아 좋아라 해도
소년은 참새 보며 서글퍼 하네.

칼을 뽑아 그물을 베자
참새는 훨훨 날 수 있었지.

창공을 높다랗게 날아가다가
내려와 소년에게 고맙다 하네."

사실 조조(曹操)의 다섯번째 아들 조식(曹植)은 비운의 황자였다.

권력 다툼에서 형 조비(曹丕)에게 밀린 뒤 측근들이 줄줄이 죽임을 당했고 그 자신도 핍박 속에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죽음의 공포에 시달렸다.

일곱 걸음 안에 시 한 수를 짓지 못하면 목숨을 내놓아야 할 위기도 감내해야 했다.

그 처지는 영락없이 날 선 바람에 내팽개쳐진 높은 나뭇가지, 엄혹한 바다의 드센 파도에 내몰린 형세였다.

무장해제당한 권력자가 새 친구를 사귄다는 게 얼마나 위험했으랴.

황자로서 천하 경영을 꿈꾸다 영락(零落)했으니 자신도 측근도 다 울타리 속 참새 신세인 것을.

호시탐탐 하는 매의 무서운 눈길을 피하다 제발로 그물 속에 갇히고 만다.

그물을 끊어 참새를 구출해주는 소년의 등장은 시인의 속절없는 꿈에 불과하다.

우울한 심정을 떨쳐 버리려는 시인의 몸부림은 창공을 마음껏 날아오르는 참새의 소망으로나 위로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들판의 참새'는 한대 민요에서 유래한 시제라 이백 등 후대 시인들이 즐겨 사용하였다.

강자에게 구박받거나 쫓기는 미소(微小)한 존재, 그게 참새의 숙명이었다.

이준식 성균관대학교 명예 교수는  漢詩 한 수의 해석에서 당시 상황을 적나라하게 묘사했다.

<칠보지재(七步之才) 일곱 걸음의 재주>

후한 말기 조조의 아들 조비가 삼국을 통일하고 왕위에 올랐습니다.

그가 바로 위나라의 첫 황제 위문제입니다.

그런데 조비는 사람됨이 너그럽지 못하고 질투심이 강해서 늘 아우인 조식의 똑똑함을 질투했는데, 황제가 되면서 공개적으로 아우를 괴롭히기 시작했습니다.

어느날 위문제는 조식을 해칠 목적으로 그에게 일곱 발자국을 걸을 동안 시를 짓지 못하면 사람들을 속인 죄로 형벌을 내리겠다고 하면서 협박했습니다.

조식은 할 수 없이 일곱 발자국 만에 시를 한 수 지었습니다.

('七步之才' 이것이 바로 유명한 조식의 '七步 詩' 입니다)

"콩깍지는 콩을 볶으니
콩은 솥 안에서 우는구나
본래 한 뿌리에서 태어 났지만
서로 볶는 것이 어찌 이토록 급한가?"

이 시는 자신을 콩에다 비유하고 자신을 괴롭히는 형을 땔감으로 쓰인 콩깍지에다 비유해 같은 핏줄을 타고난 형제간으로서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며 형을 질책하는 내용입니다.

이와 같은 조식의 일화에서 유래한 七步之才(칠보지재)는 일곱 걸음을 걸을 동안에 시를 지을 만한 재주란 뜻으로 아주 뛰어난 글재주를 나타냅니다.

추운 겨울이 다가오니 점차 날씨가 추워집니다. 모쪼록  '참새의 소망'처럼 별탈 없이 건승과 평안을 기원합니다.

이광식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