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3년 만에 120억 달러 회사채 발행…AI 인프라 ‘대규모 자본 경쟁’ 본격화
아마존이 3년 만에 미국 시장에서 회사채를 발행해 120억 달러를 조달하기로 하면서, 글로벌 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경쟁이 한층 더 격화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1월 17일(현지시간), 아마존이 여섯 종의 투자등급 채권을 통해 자금을 모집하는 발행 절차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발행의 주관사는 골드만삭스, JP모건, 모건스탠리 등 미국 대형 투자은행들이 맡는다. 아마존은 조달 자금을 사업 투자 확대, 향후 설비 투자(CAPEX) 재원 확보, 그리고 도래 예정 부채 상환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빅테크 기업들은 AI 성능을 떠받치는 대규모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막대한 자본을 필요로 하고 있다. 최근 몇 달 동안 이 기업들은 보유 현금 대신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이달 초 250억 달러, 메타는 10월에 300억 달러 규모 채권을 발행해 올해 최대 규모 기록을 세웠으며, 오라클도 9월에 180억 달러의 채권을 발행한 바 있다.
이 같은 ‘AI 인프라 발행 랠리’는 미국 채권시장에서 공급 과잉 우려를 키우고 있다. 미국 기업들은 올해 들어 AI 관련 인프라 투자 목적의 회사채만 2,000억 달러 이상 발행했다. 일부 분석가들은 회사채 시장이 “과열적 수준의 공급 압력”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신용 투자자들의 위험 부담이 커질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JP모건은 이러한 흐름이 내년도 미국 회사채 발행량을 사상 최고치인 1조 8천억 달러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도 올해 미국 기업들의 순채권 공급량 가운데 ‘빅테크’가 차지하는 비중이 4분의 1을 넘었다고 분석했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세계 최대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업체로, AI 모델 훈련과 추론을 위해 급증하는 연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올해 3분기 AWS의 설비 투자는 전년 대비 61% 증가한 342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올해 누적 투자는 이미 899억 달러에 달한다.
앤디 재시 아마존 CEO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2022년 이후 아마존의 가용 컴퓨팅 역량은 두 배로 증가했다”며 “2027년까지 이를 다시 두 배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향후 수천억 달러 규모의 AI 인프라 채권이 시장에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최근 금융시장에서 관련 채권 가격에도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규현 기자 kh.choi@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