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권 칼럼] 엔비디아도 막지 못한 뉴욕발 경고

삼성전자 , SK하이닉스 하락 - 국내 증시 충격

2025-11-21     김창권 대기자

 

뉴욕 증시를 관통하는 가장 흥미로운 역설은 바로 '엔비디아의 벽'이다. 

 AI 혁명의 상징이자 시장의 기대를 한몸에 받던 엔비디아가 20일(미국시간) 냉랭하게 하락 마감했다. '어닝 서프라이즈'라는 대기록을 발표한 효과가 전혀 반영되지 않아 충격을 더해주는 상황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주의 조정 수준을 넘어, 현재 금융 시장이 맞닥뜨린 두 가지 근본적인 불안 요인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경고 신호다.

 엔비디아의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하락한 결정적인 요인은 금리 인하 기대의 후퇴다. 예상보다 강력한 미국의 고용 지표와 견고한 소비 심리는 연방준비제도(Fed)가 서둘러 기준금리를 내릴 필요가 없다는 방증으로 작용했다.

 시장은 '돈의 힘'으로 움직인다. 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진다는 것은 곧 유동성 축소와 높은 자금 조달 비용이 장기화됨을 의미한다.

 엔비디아와 같은 성장주들은 미래의 현금 흐름에 기반해 높은 가치를 평가받는데, 금리가 높으면 이 미래가치가 현재로 환산될 때 할인율이 커지면서 주가는 하락 압력을 받게 된다.

 결국, 아무리 혁신적인 기업이라도 거시 경제의 거대한 흐름인 '금리'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이다.

 - 기술주 고평가 논란의 재점화 -

 엔비디아 주가가 장중 급등 후 급락하며 대량의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진 현상도 주목해야 한다.  이는 AI 관련주 전반에 대한 '고평가 거품' 논란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엔비디아가 AI 시대를 주도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들의 밸류에이션(가치 평가)이 과연 지금의 성과를 넘어선 미래의 기대까지 완벽하게 반영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커지고 있다. 

 시장은 AI 혁명의 지속성을 믿으면서도, 단기적인 주가 급등에 따른 '숨 고르기'가 필요하다는 심리가 작용한 것이다. 최고 기업마저 조정을 겪는다는 것은 전체 시장에 '이제는 좀 쉬어가자'는 신호를 던진 셈이다.

 뉴욕 증시의 경고는 한국 시장, 특히 코스피의 양대 산맥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 직접적인 충격파를 던져주고 있다.

 한국 증시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기술주 비중이 매우 높기 때문에 나스닥 지수와 운명적인 '커플링(동조화)' 관계에 놓여 있다. 미국 기술주가 숨을 고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즉시 한국 시장의 반도체 주식을 매도하며 위험 회피에 나선다.

 엔비디아 실적 발표 이후 국내 증시가 받은 타격은 바로 이러한 '글로벌 기술주 조정'의 파급 효과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한국 증시가 견고해지기 위해서는 반도체 외에도 바이오, 신재생에너지, 방산 등 한국만의 독자적인 성장 동력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단기적인 금리 변동에 흔들리지 않을 만큼 기업들의 수익성과 재무 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는 외부 충격에 대한 근본적인 방어막이 되기도 한다.

 결국, 엔비디아도 막지 못한 뉴욕 증시의 하락은 우리에게 "혁신은 계속되지만, 시장은 거시 경제의 원칙을 따른다"는 냉정한 진실을 가르쳐주고 있다.

 단기적인 변동성에 일희일비 하기보다는, 미국 시장의 거시적 흐름을 주시하며 한국 시장의 내실을 다지는 전략적 접근이 그 어느때 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김창권 大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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