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부총재 “AI·기술주 과대평가, 시장 급락 촉발 가능성”…거품·레버리지 위험 경고
유럽중앙은행(ECB) 부총재 루이스 데킨도스가 11월 17일, 기술주와 인공지능(AI) 관련 종목의 과도한 고평가가 글로벌 주식 시장의 조정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독일 뉴스통신사(DPA)에 따르면 데킨도스 부총재는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유로 금융 주간(Euro Finance Week)’ 행사에서 금융시장의 취약성을 강조하며 “현재 시장은 자산 가격 급락에 여전히 크게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4월 저점 이후 이어진 글로벌 증시의 급격한 회복이 투자 심리를 과도하게 부풀렸으며, 이로 인해 시장 전반의 밸류에이션이 눈에 띄게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의 대형 기술기업들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커지고 상호 연결성이 강화되면서, AI 관련 비즈니스 모델이 흔들릴 경우 전체 시장이 충격을 받을 위험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최근 엔비디아,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가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시가총액이 워낙 커 글로벌 지수와 인덱스 펀드 내 비중도 크기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시장에서는 AI 붐을 둘러싼 투기적 흐름이 자산 거품을 만들고 있으며, 거품이 빠르게 붕괴될 경우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데킨도스는 “경제정책의 불확실성에 비해 시장 가격은 지나치게 안정적인 듯 보이며, 이러한 괴리는 투자자들에게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시장이 급락할 경우, 유로존 비은행 금융기관들의 자산·부채 구조가 압박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개방형 펀드의 유동성 취약성과 일부 헤지펀드의 고레버리지 전략이 시장의 매도 압력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하며, 글로벌 금융 안정성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산업화 국가들의 높은 공공 부채, 미국의 기업·은행 대상 관세의 부정적 영향 등을 언급했다.
ECB는 최근 금융안정보고서에서도 AI·기술주 중심의 과열과 비은행 금융기관의 구조적 취약성을 반복적으로 경고하고 있어, 향후 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대한 유럽 금융당국의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