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2026년 유로존 성장률 전망 하향…무역 긴장 속 완만한 회복 기대

2025-11-19     최규현 기자
사진=뉴시스 제공.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11월 17일 발표한 최신 전망에 따르면, 국제 무역 환경의 악화와 지정학적 긴장 고조가 유로존 경제에 부담을 주면서 내년 유로존 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낮아질 것으로 나타났다. EU는 2026년 유로존 20개국의 경제 성장률이 1.2%에 그쳐, 지난 5월 발표한 1.4%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EU 경제 담당 집행위원 발디스 돔브로브스키스는 브뤼셀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무역 정책 변화와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의 대응이 글로벌 무역 흐름을 제약하고 있으며, 이는 개방도가 높은 EU 경제에 직접적인 부담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최근 미국과 EU가 맺은 무역 합의가 일부 불확실성을 경감시켰다고 평가했다. EU는 미국이 EU 수출품에 부과하려던 30% 관세를 15%로 낮추는 합의를 7월에 체결했으며, 이번 성장 전망도 이 기준 관세를 반영한 수치다.

브뤼셀은 EU 전체(27개 회원국)의 2026년 성장률 또한 1.4%로, 기존 전망치(1.5%)보다 소폭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럼에도 돔브로브스키스 위원은 “올해 1~9월 경제 성과는 예상보다 양호했으며, 외부 환경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완만한 상승세는 유지될 것”이라고 비교적 낙관적 전망을 유지했다. 그는 유럽의 경쟁력 강화와 국방비 확대가 EU 역내 생산과 무역으로 이어지며 경제 활동을 뒷받침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국가별로는 EU 최대 경제국 독일의 전망이 소폭 상향 조정됐다. 독일 경제는 올해 0.2%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내년 성장률은 1.2%로 기존 전망(1.1%)보다 다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EU는 독일의 공공지출 증가가 글로벌 무역 긴장의 부정적 영향을 일정 부분 상쇄했다고 평가했다.

유럽 2위 경제국 프랑스의 올해 성장률 전망은 0.7%로 상향됐으나, 2026년 전망치는 기존 1.3%에서 0.9%로 하향됐다. EU는 프랑스의 국내 경제 및 정책 관련 불확실성이 중기 성장률을 제약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물가 흐름도 함께 발표됐다. EU 집행위는 올해 유로존 인플레이션이 2.1%로 안정화되며, 유럽중앙은행(ECB)의 목표치(2%)에 근접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다시 회복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다만 2026년 인플레이션은 1.9%로 둔화되지만, 5월 전망치(1.7%)보다는 높은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식품과 서비스 분야의 물가 상승세는 둔화되고 있으나, 에너지 가격 상승이 여전히 인플레이션 안정의 주요 걸림돌이라는 분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최근 전망에 따르면 유럽의 성장 속도는 미국과 중국에 뒤처지고 있어, 향후 EU 경제가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을 얼마나 방어할 수 있을지가 주요 과제가 될 전망이다.

최규현 기자 kh.choi@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