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늦가을의 단상

2025-11-17     윤금영 칼럼니스트
사진=뉴시스 제공.

인생(人生)의 긴 여정(旅程) 속에서
사랑(愛情)도 열정(熱情)도
조금씩 빛이 옅어지는 때가 찾아옵니다.

바람이 선선해지고
나뭇잎이 물들어가는 이 가을,
우리의 마음도 어느덧
속도를 늦추고 여백(餘白)을 채워가는
시절에 서 있지요.

중년(中年)을 지나
이제는 앞만 보며 달리기보다,
남은 길을 누구와 어떻게 걸을지
곰곰이 생각하게 됩니다.

“이제는 삶의 속도를 줄이고,
마음의 풍경을 바라보며 살아야 한다.”
많은 이들이 이렇게 말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삶의 무게(重量)를 살짝 내려놓고,
여유(餘裕)와 기쁨(喜悅) 속에서
자신을 다시 만나야 합니다.

함께 웃고, 함께 나누며,
묵묵히 곁을 지켜주는 친구(親舊).
그런 벗이 있다면, 남은 세월(歲月)은
가을 들녘처럼 따뜻하고
풍요로울 것입니다.

가을 하늘 아래
따뜻한 술잔(酒盞)을 기울이며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산길을 걸으며
낙엽 밟는 소리 속에
자연(自然)의 숨결을 느끼고,

저녁 노을(夕霞) 아래
서로의 존재(存在)에
감사(感謝)하는 시간.

그런 순간(瞬間)들을 함께할 벗이 있다면
우리는 어떤 쓸쓸한 날도
삶의 이유(理由)를 다시 찾을 수 있습니다.

물론, 나이가 들수록
이런 인연(因緣)을 지키는 일은 쉽지 않죠.

산에 가자 하면 무릎(膝)이 아프고,
술 한잔하자 하면 건강(健康)이 걱정되고,
여행(旅行)을 떠나자 해도
서로의 걸음이 맞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진정한 벗이란,
이런 거리마저 품어주며
곁에 남아주는 사람입니다.

힘들 때도,
마음이 흔들릴 때도,
묵묵히 함께할 수 있는 사람.

다름(異)을 이해(理解)하고
진심(眞心)으로 함께 웃을 수 있는 사람.

그런 친구(親舊)와 함께라면
우리는 나이를 먹는 대신
“멋지게 성숙(成熟)”해질 것입니다.

지금이 늦었다고 느껴진다면,
그건 아직 마음이 젊다는 뜻입니다.

이 가을,
인연(因緣)을 다시금 소중히 여기며
남은 시간을 사랑(愛)으로 채워봅시다.

남은 길은 덤(贈)이 아니라,
가장 빛나는 여정이 될 수 있습니다.

언제까지나 진정한 벗으로
서로의 길을 환히 비춰주는
우리이길 바랍니다.

윤금영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