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2026년부터 8세 이상 초등생에 AI 교육 의무화…전문가들 “인프라·교사 역량이 최대 과제”
인도가 2026년 중반부터 8세 이상의 학생들에게 인공지능(AI) 교육을 제공하는 계획을 발표하며, AI를 차세대 필수 기본 기술로 자리매김시키려는 국가적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교사 역량과 교육 인프라 부족 등을 이유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니케이 아시아 보도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이미 2020년 AI 교육을 정규 교과 과정에 포함했으며, 현재 공립학교와 일부 사립학교에서는 6~8학년 학생들에게 약 15시간 분량의 AI 기술 기초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9~12학년(고등학교)에서는 선택 과목 형태로 AI 관련 수업이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인도 교육부는 지난달 발표에서 AI 교육을 더 어린 연령대로 확대해, 2026년 새 학기부터 3~5학년(8~10세) 학생들까지 AI 기초 교육을 의무적으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인도 정부가 AI를 조기 교육의 핵심 역량으로 판단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현지 전문가들은 AI 교육 확대가 현실적으로 제대로 구현될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 인도에서 두 번째로 큰 중앙 주(州)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해당 지역 공립학교 중 35.3%만이 인터넷에 연결돼 있었다. 많은 농촌 지역 학교에서는 여러 학년 학생들이 컴퓨터실 한 곳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상황이 일반적이다.
싱크탱크 정책연구센터(CPR)의 연구원 아이얄은 “문제는 AI 교육 자체가 아니라, 인도 교육 시스템 전체의 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인도 교육이 여전히 암기식·주입식 학습에 치우쳐 있어 비판적 사고와 이해 기반 학습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아이얄은 “AI 모델은 잘못된 정보를 사실처럼 제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학생들에게 AI 결과를 그대로 신뢰하지 않고 비판적으로 해석하는 능력을 가르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음 세대가 반드시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기술은 비판적 사고”라고 말했다.
한편 인도 IT산업협회(NASSCOM) 산하 AI 디렉터 모카파티는 “AI 기초 교육은 기술적·추상적이어서는 안 된다”며 “게임 활동, 스토리텔링, 학생들의 일상과 연계된 사례, 음성비서나 날씨 앱, 번역 도구 등과 같은 친숙한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접근이 저학년 학생들에게 AI 개념을 직관적으로 익히게 하는 데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도 정부의 AI 조기 교육 확대는 기술 격차 해소와 미래 인재 육성을 목표로 한 장기 전략의 일환이지만, 인터넷 인프라, 컴퓨터 장비, 교사 훈련 등 기초 환경이 보완되지 않는 한 정책의 실효성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