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A “2050년까지 석유·가스 수요 증가 가능성”…청정에너지 전환 전망과 충돌

2025-11-15     최규현 기자
사진=뉴시스 제공.

로이터 통신은 11월 12일,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최신 세계 에너지 전망 보고서에서 전 세계 석유 및 천연가스 수요가 2050년까지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 몇 년간 IEA가 제시해온 “석유 수요가 머지않아 정점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과 배치되는 것으로, 세계가 기후 목표 달성에 실패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IEA는 최근까지 청정 에너지로의 급속한 전환을 강조해왔으며, 조 바이든 정부 시기에는 “이번 10년 안에 석유 수요가 정점을 찍고 이후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한 이후, 미국 정부는 석유·가스 생산 확대를 압박하고 있으며, 세계 최대 출자국인 미국의 정책 기조 변화가 IEA 전망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 장관 크리스 라이트는 과거 IEA의 “수요 피크론”을 “의미 없다”고 비판한 바 있다. IEA는 주요국 정부와 기업의 에너지 정책에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기관이어서 이번 전망 전환은 큰 파장이 예상된다.

IEA는 보고서에서 **“현행 정책 상황(Current Policies Scenario)”**을 기준으로 할 경우, 이번 세기 중반까지 전 세계 석유 수요가 하루 1억 1,300만 배럴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2024년 대비 약 13% 증가한 수치다. 또한 2035년까지 전 세계 에너지 총수요는 90아이줄(EJ)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현재보다 약 15% 늘어난다.

“현행 정책 상황”은 각국이 이미 시행 중인 정책만을 반영한 것으로, 기후 목표 달성을 위한 추가적 정책은 포함하지 않는다. IEA가 이 방식을 사용해 예측을 제시한 것은 2019년 이후 처음이다. 올해는 국가별 기후 약속을 기반으로 한 전망을 제외했는데, 보고서는 “기후 목표 제출 국가 수가 너무 적어 의미 있는 분석이 어려웠다”고 밝혔다.

한편, “기존 정책 상황(Stated Policies Scenario)”—즉 제안되었으나 반드시 시행된다고 볼 수 없는 정책을 포함한 경우—에서는 전 세계 석유 수요가 2030년 전후로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된다. IEA는 다양한 시나리오는 “정확한 예측이라기보다 여러 가정을 바탕으로 한 잠재적 결과 탐색”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아울러 2025년을 전후로 LNG(액화천연가스) 신규 프로젝트 투자 결정이 급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30년까지 약 3,000억 입방미터 규모의 신규 LNG 수출 능력이 추가되면서 글로벌 LNG 공급능력은 약 50% 증가할 전망이다. 데이터 센터 및 AI 산업 성장으로 인한 전력 수요 증가에 따라, LNG 시장 규모는 2024년 5,600억 입방미터에서 2035년 8,800억 입방미터, 2050년에는 1조 200억 입방미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IEA는 또 “세계가 2050년까지 에너지 관련 배출량을 순제로(Net Zero)로 줄일 수 있는 경로”도 제시했지만, 보고서는 모든 시나리오에서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이 1.5도를 초과한다고 지적했다. 파리기후협정에 따라 190여 개국이 1.5도 목표 달성을 약속했지만, 현실적 여건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순배출 제로 시나리오에서조차 대기 중 이산화탄소 제거 기술이 성공적으로 확산돼야만 온도 상승 억제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최규현 기자 kh.choi@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