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시대에 맞서는 칼날
칼은 자고로 사람을 해칠수 있는 무기(흉기)이지만 또한 정의를 위해 사용할 때로는 보검이 되기도 합니다.
이와관련 <예리한 검 (이검/利劍)>의 한유(韓愈/768~824 향년56세)漢詩가 이를 잘 묘사하고 있다.
"번쩍번쩍 빛나는 예리한 검, 허리에 차니 내 마음엔 사악함이 없어지네.
친구가 내게 동료가 없다는 걸 알고, 곁에 두고 지음(知音)처럼 여기라 준 것이라네.
내 마음은 얼음처럼 맑고 검날은 눈처럼 차갑지만, 아첨배를 베지 못하다니.
내 속은 썩고 검날 또한 무뎌지는지라, 검으로 먹구름을 가르고 푸른 하늘을 드러내리라.
아, 검이여! 그런 다음 나와 함께 황천으로 돌아가고저."
세상은 부패한 권력을 감싸고, 정의는 그늘에 서 있다. 그런 현실 앞에 시인은 스스로를 단련된 검으로 세웠다.
검은 도덕적 결단의 표상이다. 예리한 칼날처럼 마음을 곧게 세워 사사로움을 버리고, 진실과 정의를 지키려 마음을 다잡는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그의 결기는 아첨과 부패의 벽에 부딪혀 무너지고 깊은 무력감을 감지한다.
그러나 검으로 '먹구름을 가르고 푸른 하늘을 드러내겠다'는 의지만은 강고하다.
검날은 쇠로 만든 칼날이 아니라, 불의를 단죄하는 정신이다.차가운 검날 속에서 뜨거운 정의가 묻는다.
"그대의 검은 날이 서 있는가"
이준석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의 한시 한 수의 해석을 통해, 시평을 들어 본다.
시인의 거침없는 언설(言說)은 한대(漢代) 민가의 투박한 숨결을 잇고 있다.
일견, '온유돈후(溫柔敦厚-부드럽고 도타운 성정)'라는 유가적 가치를 벗어난 듯하지만, '문이재도(文以載道-문장 속에 성현의 도를 담는다)'의 견결한 신념은 불변이다 라고 말한다.
어느 시대에서나 사람이 존재하는 곳에는 가정과 사회와 나라가 있습니다.
그 무리의 공동체 조직은 규범의 엄중함에도 온갖 비리와 부패가 만연해 온 역사의 흐름에서, 오늘날 까지 지탱하고 발전되어 온 인간 세계가 경이롭고 놀랍습니다.
세상의 부정의하고 부도덕한 추악스러운 환경에서, 정의로운 의인의 출현은 시대따라 항상 있어 왔습니다.
다만, 그가 누구라는 걸 알 수는 없지만, 의인은 의외로 우리들 주변에서 느닷없는 출현을 예고합니다.
初冬의 환절기에 모쪼록 건강과 평안을 빕니다.
이광식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