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양적 금융의 수도’로 부상
XTX·쿠베리서치·포인트캐피털 등 매출 10억 파운드 돌파… 뉴욕과 어깨 나란히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1월 2일 “런던이 점차 세계 양적(퀀트) 금융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런던에 본사를 둔 주요 알고리즘 거래 및 양적 투자 기관들이 급성장하면서, 미국 뉴욕과 함께 글로벌 퀀트 산업의 양대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영국 기업 등록 문서에 따르면 알고리즘 거래 기업 XTX 마켓스(XTX Markets), 양적 투자 기관 쿠베 리서치 테크놀로지(Kuvari Research Technologies), 포인트캐피털(Point Request Capital) 등은 지난 1년간 모두 10억 파운드(약 13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퀀트 거래 기업과 헤지펀드는 수학적 모델과 방대한 데이터, 고성능 연산을 결합해 자산 가격의 상관관계를 분석하고 차익을 노린다. 인력 의존도가 낮고, 영국의 상대적으로 완화된 규제 환경 덕분에 빠르게 성장했다는 평가다.
블랙록의 글로벌 양적투자 책임자 라파엘레 사비는 “뉴욕에 기반을 둔 대형 퀀트 기업들이 많지만, 런던은 의심할 여지 없이 새로운 퀀트 르네상스를 맞이하고 있다”며 “영국·유럽의 우수한 대학 자원, 안정된 규제 체계, 깊은 금융 전통이 배경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한 퀀트 헤지펀드 매니저도 “런던이 뉴욕과 경쟁할 만한 수준의 퀀트 허브로 성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1980년대부터 런던은 이미 양적 거래의 초기 거점이었다. 잉스만 그룹이 지배하는 AHL은 트렌드 추종 전략을 개척하며 윈턴 그룹과 콴리 캐피털 같은 후속 퀀트 펀드의 토대를 마련했다. 오늘날 런던의 양적 기관들은 시장조성, 통계차익, 머신러닝 기반 예측 등 전략의 폭을 더욱 넓히고 있다.
억만장자 알렉산더 게르코가 설립한 XTX 마켓스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주식·채권·암호화폐·외환 등 다양한 자산의 가격을 예측하며, 지난해 세후 이익이 13억 파운드로 2023년 대비 54% 증가했다.
쿠베 리서치는 시장조성과 통계차익거래로 지난해 순이익 20억 파운드를 기록, 2020년의 7배 수준으로 성장했다.
‘포인트캐피털’은 2010년 설립 이후 매출이 약 5배 증가해 현재 12억 파운드에 달한다.
이 같은 성장은 영국의 강력한 교육 인프라와 인재 공급 덕분이다. 영국 주요 대학들은 매년 컴퓨터·수학·금융공학 전공의 졸업생을 대거 배출하고 있으며, 양적 기관들은 학생 동아리, 프로그래밍 경진대회, 박사 과정 등을 적극 후원하고 있다.
이에 비해 미국에서는 관련 전공 인재들이 대형 기술 기업으로 유입되는 경향이 높다.
거래 컨설팅 기업 알파쿠션 리서치의 창립자 폴 로바디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침체됐던 런던 금융 생태계가 다시 활력을 되찾고 있다”며 “지적 수준이 높고 데이터 기술에 강한 젊은 인재들이 런던 금융가로 몰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옥스퍼드대 양적금융연구소 소장 알바로 카티는 “우리 연구소의 졸업생 대부분이 거래 회사로 진출하고 있으며, 연봉은 25만~80만 파운드에 달한다”며 “양적 산업은 이제 런던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경쟁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