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 초대형 기술기업에 쏠림 심화
AI 투자 열풍 속 ‘슈퍼 8’이 S&P500 상승 60% 견인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월 31일 “대형 기술기업들이 미국 주식시장의 주도권을 더욱 극단적으로 장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10월 28일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S&P500 지수 구성 종목 중 397개가 하락하는 등 시장 전반의 불균형이 뚜렷했다.
현재 S&P500 상위 10대 기업 중 8곳이 기술기업이며, 이들이 미국 전체 시가총액의 36%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 4월 이후 S&P500 상승폭의 60%가 이들 8개 기술기업에서 비롯됐다. 엔비디아는 세계 최초로 시가총액 5조 달러를 돌파하며 시장 집중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편중장세’가 심화되고 있다고 우려한다. 한 투자매니저는 “AI 관련 대형주에 투자하지 않으면 수익을 내기 어려운 시장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며 “엔비디아 주가 급등은 이해되지만 투자 집중도는 불안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주요 기술기업들은 2026년까지 데이터센터 건설에 4,0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러한 AI 투자 붐이 “현대 역사상 최대 규모의 자본 이동 중 하나”라며 미국 경제의 둔화를 막는 주요 요인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수익성 둔화에 대한 경계도 커지고 있다. 메타는 인공지능 인프라에 1,000억 달러 이상 투자할 것이라는 소식 이후 주가가 12% 급락했다. S&P 캐피털 IQ는 메타의 향후 4분기 평균 수익 증가율이 1%로 급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AI 투자 열풍의 기점은 2022년 11월 ChatGPT의 등장이다. 이후 인공지능 관련 기업의 시가총액은 165% 급등했지만, AI 비(非)관련 기업은 25% 상승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AI 대장주가 시장을 이끌고 있지만, 한 기업의 부진이 전체 시장을 흔들 수 있는 구조”라며 “집중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최규현 기자 kh.choi@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