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권 칼럼] 대장동 1심 판결 사법부, '부패 카르텔'에 경종
- 윗선 개입 가능성이나 여지 남겨 -
2025년 10월의 마지막 날인 지난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조형우 부장판사)는 공공과 민간의 부적절한 유착으로 빚어진 부패 카르텔에 경종을 울렸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사건에 대해 1심 재판부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를 비롯한 관련 피고인들에게 중형을 선고한 것이다. 이 사건을 "장기간에 걸쳐 금품 제공 등을 매개로 서로 결탁하여 벌인 일련의 부패범죄"로 명확히 규정했다.
- '모범 사업'을 가장한 '사익 추구' -
당초 '민관 합동 개발의 모범 사례'로 포장되려 했던 대장동 사업의 실상은 법정에서 '부패의 산물'로 드러났다.
법원은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유동규 전 본부장 등 공사 관계자들이 민간업자들과 결탁하여, 공공이 가져가야 할 막대한 개발 이익을 사적 주체들에게 몰아주는 임무 위배 행위를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특히, 민간업자들이 성남시 고위층 및 공사 관계자들에게 금품과 향응 등을 제공하며 사업자 내정 특혜를 받았다는 점은 이번 사건의 본질이 단순한 업무상 실수가 아닌, 공직자의 청렴성과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부패 카르텔이었음을 보여준다.
- 유착의 고리, '성남시 수뇌부'의 책임 -
재판부는 민간업자들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재선에 기여하고, 핵심 측근들에게 금품을 제공하며 유착 관계를 형성한 사실을 인정했다.
또한, 이들이 설계한 '확정이익' 방식의 사업 구조가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손해를 끼친 것은 "성남시 수뇌부의 결정" 하에 이뤄졌다고 명시적으로 지적했다.
이는 비록 최종 결재권자인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 현재 정지 상태지만, 대장동 비리의 책임을 단순한 실무진의 일탈로만 볼 수 없으며, 최고 결정권자에게까지 이어지는 구조적 문제가 있었음을 시사한다.
사법부가 부패의 고리를 확인한 이상, 정지된 재판의 향방과 더불어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 '배임죄 폐지' 논란에 일침 -
이러한 유죄 판결이 나온 시점에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배임죄 폐지 논의가 불거지는 것은 국민의 의구심을 자아낸다. 법원이 "죄가 현존하는 한 구속할 수밖에 없다"며 배임죄의 존재 가치를 확인해준 상황에서, 재판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장동 1심 판결은 우리 사회에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공직과 사익의 부적절한 거래는 중대 부패범죄다.부패의 책임은 유착의 고리 가장 윗부분까지 닿는다. 공공 개발을 빙자한 사적 이익 추구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공공 개발 사업의 투명성을 높이고, 고위 공직자와 민간업자 사이의 감시망을 더욱 촘촘하게 짜야 할 것이다.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린 '부패 카르텔'에 대한 사법부의 첫 판단이 최종심에서도 확고히 유지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창권 大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