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시가총액 5조 달러 돌파…세계 최초 ‘AI 제국’ 등극
미국 반도체 대기업 엔비디아(NVIDIA)가 10월 29일(현지시간) 시가총액 5조 달러를 돌파하며 세계 최초로 시총 5조 달러를 달성한 기업이 됐다. 이는 인공지능(AI) 열풍 속에서 엔비디아가 글로벌 기술 산업의 중심에 서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평가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엔비디아 주가는 이날 3% 상승한 207.04달러로 마감했고, 시가총액은 5조 300억 달러(약 7,200조 원)에 달했다. 불과 3개월 전 4조 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또다시 신기록을 세우며, 전체 암호화폐 시장의 총가치를 넘어서는 규모를 기록했다.
엔비디아는 본래 그래픽 칩 설계사로 출발했으나, 인공지능 시대를 대표하는 핵심 반도체 기업으로 변모하며 실리콘밸리의 상징이 되었다. 2022년 오픈AI의 ‘ChatGPT’가 등장한 이후 AI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엔비디아 주가는 2년 만에 11배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엔비디아가 단순한 반도체 제조업체를 넘어 산업 자체를 창조하는 기업으로 변신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황인훈(젠슨 황·Jensen Huang)은 GPU를 중심으로 AI 인프라 생태계를 구축하며 회사를 세계 최대 기술기업 반열에 올려놓았다. 황 CEO가 보유한 주식 가치는 약 1,792억 달러(약 256조 원)에 달해, 포브스 기준 세계 8위 부호로 올라섰다. 그는 최근 5,000억 달러 규모의 AI 칩 주문 계약을 발표하고, 미국 정부를 위해 7대의 슈퍼컴퓨터를 건설할 계획도 공개했다.
AFP통신은 엔비디아가 핀란드 통신장비업체 노키아(Nokia)의 2.9% 지분을 약 10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보도했다. 엔비디아는 노키아가 새로 발행한 주식 1억 6,600만 주를 주당 6.01달러에 매입해 주요 주주로 합류했다. 두 회사는 이번 거래를 통해 인공지능 기반 무선 접속망(AI-RAN)과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솔루션을 공동 개발할 예정이다. 소식이 전해진 뒤 노키아 주가는 헬싱키 증시에서 20% 이상 급등했다.
한편 인공지능 시장의 급성장에 따라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산업 전반의 재편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퀄컴은 최근 신형 AI 전용 칩을 출시하며 엔비디아에 도전장을 던졌고, 엔비디아 역시 400억 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 전문 기업 인수를 추진 중이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전 세계 AI 관련 지출이 2025년 1조 5천억 달러, 2026년에는 2조 달러를 넘어 전 세계 GDP의 약 2%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엔비디아의 급등세가 지속적인 AI 투자 확대에 대한 신뢰를 반영한다고 평가하면서도, 현재의 시장 평가가 과열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내놓고 있다. 일부는 “AI 산업이 극소수 대기업의 자금력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으며, 투자자들이 향후 실질적인 수익을 요구하기 시작하면 일부 기업은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엔비디아의 시가총액 5조 달러 돌파는 단순한 기록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래픽 칩 설계사에서 출발한 이 회사는 이제 인공지능 시대의 핵심 인프라를 구축하며, 전 세계 기술 산업의 방향을 결정짓는 ‘AI 제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