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2030년까지 미국 부채 비율, 이탈리아·그리스 추월 전망”…공공 재정 악화 경고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의 국가 부채 비율이 오는 2030년까지 이탈리아와 그리스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이번 세기 들어 처음 있는 일로,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의 공공 재정이 심각한 압박에 직면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IMF는 미국의 **총부채 대비 국내총생산(GDP) 비율이 2030년 143.4%**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직후 기록한 최고 수준을 경신하는 수치로, 향후 수년간 20%포인트 이상 누적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미국의 재정적자는 2030년까지 매년 GDP의 7%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되어, 주요 선진국 가운데 가장 큰 적자 규모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2010~2012년 유럽 부채 위기의 중심이었던 이탈리아와 그리스는 오랜 기간 긴축 예산과 재정 규율을 통해 국채 수준을 점진적으로 낮추고 있다. IMF는 두 나라의 부채 비율이 2030년까지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IMF의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의 국채 비율은 향후에도 꾸준히 상승할 것으로 보이며, 미국 의회예산국(CBO) 또한 비슷한 전망을 내놓았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의 조 가그논(Joe Gagnon) 연구원은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 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보유한 금융자산을 제외한 순국채 비율이 실제 부채 상황을 더 잘 반영한다”며 “미국의 순국채 비율은 2030년에도 이탈리아보다 약 10%포인트 낮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IMF의 예측대로 미국의 순국채 비율은 계속 상승하는 반면, 이탈리아는 2028년 이후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업률이 바이든 행정부 시절 역사적 저점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연방 재정적자는 여전히 확대세를 보였다. IMF는 차기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더라도 근본적인 재정 구조 개혁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미국 재무장관 자문역 조셉 라보그나(Joseph LaVorgna) 는 “트럼프 행정부가 지출을 억제하고 관세를 통해 세입을 늘리고 있다”며 “4월 이후 재정적자가 뚜렷하게 개선되었음에도 시장은 이를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IMF는 이번 보고서에서 “미국의 고질적인 재정적자와 부채 증가세가 지속될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 구조적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