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투자 확대로 기술기업 부채 1조 3,500억 달러…10년 새 4배 급증
전 세계 기술기업들이 인공지능(AI) 수요 확대에 대비해 데이터센터 건설과 인프라 확충에 속도를 내면서 부채 규모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급증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0월 25일 보도에서 “전 세계 약 1,300개 주요 기술기업의 이자부채 총액이 1조 3,500억 달러에 달했다”며 “이는 10년 전의 약 4배 규모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 늘어난 수치”라고 전했다.
부채 증가의 주요 원인은 AI 관련 사업 확장이다. 과거에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가벼운 자산’ 운영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막대한 전력과 장비를 필요로 하는 데이터센터가 새로운 ‘공장’으로 자리 잡으면서 자금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오라클(Oracle)은 대표적인 사례다. 오라클의 이자부채는 1,116억 달러로 10년 새 두 배 이상 늘었다. 이 회사는 오픈AI(OpenAI)와 소프트뱅크그룹과 협력해 향후 4년간 미국 내 AI 인프라에 5,000억 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다. 지난 9월에도 180억 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새로 발행했다.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구글 모회사 알파벳 등 미국 5대 기술대기업의 이자부채 합계는 4,570억 달러로, 10년 전보다 2.8배 늘었다.
AI 투자 열풍 속에서 투자자들의 자금 유입도 이어지고 있다. 오라클이 발행한 회사채는 목표의 5배 규모로 청약이 몰리며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부채 성장’이 장기적으로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데이터센터 건설 등으로 자산이 빠르게 불어나고 있지만, AI 관련 사업이 아직 안정적인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피델리티투자신탁의 시게미 길드 거시전략가는 “AI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며 “다만 자금 흐름이 막히는 순간, 재무 여력이 약한 기업부터 도태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