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스마트폰 중독’ 대응 강화… 사용시간 제한·전문 진료소 등장

2025-10-21     이창우 기자
사진=뉴시스 제공.

세계경제포럼(WEF) 웹사이트는 최근 ‘일본은 점점 더 심각해지는 휴대폰 중독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일본 사회의 변화와 대응을 조명했다. 기사 작성자는 일본 언론인 도치바야시 나오코(栃바야시 나오코)다.

스마트폰은 이제 일상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됐다. 하지만 사용 시간이 늘어나면서 건강, 인간관계, 생산성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024년 기준 전 세계 스마트폰 수는 약 45억 대로 추산되며, 하루 평균 사용 시간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의 과도한 사용이 시력 저하, 수면 장애, 뇌 발달 및 주의력 감소 등 다양한 건강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런 우려로 인해 여러 나라들이 사용 제한 조치를 도입하고 있다. 핀란드는 2025년 8월부터 초·중·고등학교 내 모바일 기기 사용을 제한하는 법률을 시행할 예정이며, 프랑스·이탈리아·네덜란드 등도 비슷한 제도를 이미 도입했다.

일본의 스마트폰 평균 사용 시간은 주당 약 20시간, 하루 3시간 미만으로 글로벌 평균에 비해 낮은 수준이지만, 그 부작용은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2024년 한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많은 사람일수록 외로움을 느낄 가능성이 높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일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스마트폰 사용 습관을 바로잡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학교와 가정에서의 사용 점검을 장려하고, 과도한 사용을 줄이기 위한 지역 조례와 캠페인이 잇따라 시행되고 있다.

특히 아이치현 도요아키시는 일본 최초로 ‘스마트폰 사용 지침 조례’를 제정했다. 이 조례는 18세 이하 청소년을 포함한 약 6만 9천 명의 주민을 대상으로 하며, 스마트폰 여가시간 사용을 하루 2시간 이내로 제한할 것을 권고한다. 해당 조례는 올해 9월 통과되어 이달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또한 2025년 6월에는 일본 최초의 ‘스마트폰 치매(디지털 치매)’ 전문 진료소가 도쿄에 문을 열었다. 이 병은 장기간 과도한 정보 노출로 인해 뇌의 정보 처리 능력이 과부하되어 일시적인 기억력 저하나 인지 장애가 발생하는 현상을 말한다.

진료소 측은 현재 일본에서 약 1,000만~2,000만 명이 스마트폰 치매 위험군에 속한다고 추정하며, 조기 발견과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일본 사회는 이제 스마트폰 중독을 단순한 개인의 습관 문제가 아닌 사회적 건강 이슈로 인식하고 있다. 지방정부와 교육기관, 의료계가 협력하여 ‘디지털 웰빙’을 확보하려는 일본의 움직임이 앞으로 다른 국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