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여파로 인도네시아 외국인 투자 9% 급감…국내 투자만 40% 급증
인도네시아의 올해 3분기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글로벌 지정학적 긴장과 무역전쟁의 여파로 큰 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이후 최대 하락폭으로, 글로벌 투자심리 위축이 신흥국에도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도네시아 투자부가 10월 1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금융·석유·천연가스 부문을 제외한 3분기 외국인 직접투자액은 '212조 루피아(약 165억 3,400만 싱가포르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9% 감소했다. 이는 2020년 1분기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앞서 2분기에도 외국인 투자액이 전년 동기 대비 7% 줄어든 바 있다.
반면, '국내 직접투자(Domestic Direct Investment)'는 40% 급증하며 전체 투자 증가를 견인했다. 인도네시아의 3분기 전체 직접투자액은 전년 대비 13.9% 증가했고, 약 70만 개의 일자리가 새로 창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로잔 인도네시아 투자장관은 “3분기에도 글로벌 불확실성이 지속됐으며 무역전쟁과 지정학적 긴장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그럼에도 인도네시아의 투자 환경은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중동 지역의 평화 진전과 같은 긍정적 신호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3분기 외국인 투자가 가장 활발했던 분야는 기초 금속, 광업, 운송, 창고, 통신 산업 등이었다. 주요 투자국으로는 싱가포르, 홍콩, 중국이 꼽혔다.
한편,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은 국내 펀드의 해외 투자 한도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금융서비스청(OJK)은 인도네시아 투자관리협회(AMII)가 제출한 사례 연구 보고서를 승인했으며, 내년 중 국내 뮤추얼펀드의 해외 투자 비율 상한을 현행 15%에서 상향 조정하는 규정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
알리안츠 글로벌 인베스터스 인도네시아 지사장 알리야딘은 자카르타에서 열린 블룸버그 포럼에서 “새로운 규제가 시행되면 국내 펀드가 더 많은 외국 자산을 편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주식형 펀드 및 기타 공동펀드 상품의 투자 다변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자본시장 개방과 외국인 투자 유입 재활성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글로벌 긴장 완화와 안정적인 정책 일관성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외국인 투자 회복 속도는 여전히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규현 기자 kh.choi@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