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중국 외식 브랜드의 ‘글로벌 전초기지’로 급부상
로이터통신은 10월 13일, 지난 1년 동안 싱가포르에 사상 최대 규모의 중국 식당과 카페가 새로 문을 열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 기업은 싱가포르를 글로벌 시장 진출의 시험대로 삼고 있다.
중국의 대표 커피 체인 루이싱커피(瑞幸咖啡) 와 버블티 브랜드 미쉐빙청(蜜雪冰城) 을 비롯해 훠궈, 마라 전문점 등 다양한 외식 브랜드들이 잇따라 싱가포르 시장에 진출했다. 이들은 싱가포르의 국제도시 이미지를 활용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향후 동남아 및 글로벌 확장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고 있다.
싱가포르 컨설팅 업체 머텅창투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약 85개의 중국 외식 브랜드가 405개 매장을 운영 중으로, 이는 지난해 6월(32개 브랜드, 184개 매장)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중국 외식업계 관계자들은 싱가포르 시장에 대한 신뢰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중국 내에서 구축한 효율적인 비즈니스 모델과 공급망 시스템을 기반으로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예를 들어, 바왕차지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책임자인 조나단 엥거는 “자체 개발한 기계로 단 8초 만에 얼음과 설탕이 들어간 밀크티 한 잔을 완성할 수 있다”며 “이 같은 제조 효율이 해외 시장에서도 강점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러한 유연한 제조 시스템과 빠른 소비자 반응은 루이싱커피나 미쉐빙청이 중국 내에서 스타벅스 등 서방 브랜드의 성장을 제약하는 주요 요인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기업들은 싱가포르를 단순한 판매 시장이 아닌 ‘브랜드 전략의 중심’ 으로 보고 있다. 인구 610만 명 중 다수가 중국계인 싱가포르는 문화적으로 친숙하고, 높은 소비력과 세련된 이미지 덕분에 중국 기업이 해외에서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기에 이상적인 장소로 꼽힌다.
버블티 프랜차이즈 차백도 의 싱가포르 매니저는 “이곳에서 브랜드를 키우면 말레이시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으로 자연스럽게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부 신생 중국 브랜드는 자금력이 풍부한 투자자들의 지원을 받아 싱가포르 주요 상권에 빠르게 진입하고 있으며, 현지 경쟁자들보다 높은 임대료를 제시해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무역 장벽을 강화하는 가운데, 중국 기업들은 문화적 유사성과 시장 접근성이 높은 동남아시아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싱가포르는 그 중심에 선 대표적 실험무대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