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세계 경제, 관세·AI 거품·부채 급증 3대 리스크에 직면”
블룸버그 뉴스 웹사이트는 10월 12일 “세계 경제가 관세, 인공지능 거품, 높은 부채라는 세 가지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세계 경제는 이미 1930년대 이후 미국의 가장 강력한 관세 충격을 견뎌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다시 막대한 관세 부과를 추진하면서 새로운 충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각국 정부의 부채 급증과 기술주 거품에 대한 경고도 이러한 불안감을 더욱 확대시키고 있다.
이번 주 워싱턴에서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의 가을 연례 회의가 열릴 예정이며, 이 세 가지 문제는 주요 의제로 논의될 전망이다. 회의는 주요 경제국 간의 무역 긴장이 재점화되고, 프랑스와 일본 등 여러 국가가 정치적 불안정에 직면한 가운데 진행된다.
지난 4월 워싱턴 회의 당시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해방의 날’ 관세 정책을 발표해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었고, 정책 입안자들은 무역 보복과 인플레이션 급등, 투자 위축에 따른 경기 하방 위험을 우려했다. 그러나 이후 6개월 동안 대부분의 경제 지표는 예상보다 양호했고, S&P500 지수는 4월 저점 대비 30% 상승했다. 주식시장과 실물경제의 호조를 지탱한 주요 요인은 인공지능(AI) 산업의 급성장과 클라우드 컴퓨팅을 위한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였다.
현재 기업들은 관세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단기적으로 재고를 확대하거나, 이윤율 하락을 감수하며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지 않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하버드대 경제학과의 캐런 데이넌 교수는 “이러한 회복력은 인상적이지만 지속되기 어렵다”며 “결국 세계 경제 성장 속도가 둔화되는 국면이 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경제부는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이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학자들은 2025년 세계 실질 GDP 성장률이 지난해와 같은 3.2%를 유지하겠지만, 2026년에는 2.9%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 세계 부채는 21조 달러 이상 증가하여 총액이 약 338조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과 비슷한 증가폭으로, 부채 급증이 주요 선진국과 신흥국 모두의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여파로 내년 전 세계 상품 무역 증가율이 급격히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WTO는 2026년 글로벌 상품 무역량 증가율이 0.5%에 그칠 것으로 예측했으며, 이는 올해의 2.4%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씨티은행의 네이선 시츠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관세의 영향이 본격화되면 미국의 소비와 수입 수요가 위축될 것”이라며 “올해 하반기 세계 경제 성장률이 2% 이하로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한편 단기적인 또 다른 우려는 인공지능 시장의 과열이다. IMF 총재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는 최근 강연에서 “기술주의 가치가 25년 전 인터넷 붐 당시 수준에 근접했다”며 “거품이 꺼질 경우 금융 환경이 급격히 긴축돼 세계 경제 성장에 제동을 걸고, 개발도상국의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기술 산업 성장세가 둔화될 경우, 미국 경제가 침체 직전까지 떨어지고 세계 경제 성장률도 2026년 2.0% 수준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경제학자들은 관세 불확실성과 더불어 인공지능 산업의 잠재적 취약성, 그리고 부채 폭증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세계 경제의 불안정성을 키우고 있다고 경고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미국 수석 경제학자 알렉시스 크로는 “AI 열풍이 장기적인 성장 엔진으로 작동하지 못할 수도 있다”며 “세계 경제의 회복 탄력성은 생각보다 약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