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권 칼럼] ‘뒤로 돌아 다니라’는 독설, 금배지에게 허락된 권한인가?
- 장동혁, 조희대 투샷에 불편한 심기 -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최고참인 박지원 의원이 장동혁 국민의 힘 대표를 향해 던진 "뒤로 돌아 다녀라"는 발언은 많은 국민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국정감사라는 엄숙한 자리에서 이토록 모욕적인 언사를 사용한 것이 과연 국민의 대표인 금배지에게 허락된 권한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박 의원의 발언은 조희대 대법원장이 특정 재판을 둘러싼 '외압 의혹' 해명 요구에 제대로 답하지 않거나, 관례를 내세워 자리를 피하려 하자 분노를 표출한 것으로 해석된다. 야당 대표를 통해 사법부 독립을 방패 삼는 태도에 대한 강력한 경고를 보내는 의도이었을 것이다.
이는 '국민의 알 권리'와 '권력기관 견제'라는 국정감사의 본질적 목적에 충실하고자 하는 열정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수단의 정당성이다. 비판을 넘어 상대를 멸시하고 망신 주려는 인신공격성 독설에 가깝다.
여야의 강대강 대치, 최악의 국회로 평가받는 시점에서 대선배로서 후배들을 소통과 통합의 장으로 이끌어야 할 책무를 망각한 행동임이 분명하다.
국회의 국정감사 권한은 무제한이 아니다. '국민을 대표하여' 국가 기관의 활동을 감시하고 책임을 묻기 위해 부여된 것이다. 따라서 모든 행동은 품격과 절제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비판의 날카로움은 유지해야하지만 인격을 훼손하거나 모욕을 주는 방식으로 변질되어서는 안된다. 이미 여당 성향의 최혁진 의원이 '조요토미 희대요시' 합성 사진 논란으로 국회의 품격은 바닥을 친 상황이었다.
여기에 박 의원의 독설까지 더해지면서, 국민들이 국회를 바라보는 시선은 더욱 냉소에 가깝워진 느낌이다. 국민들은 정쟁의 난장판이나 막말 대결을 보고 싶어 국정감사를 지켜보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의혹의 진상 규명과 책임 있는 답변이다. 강한 정치적 수사로 주목받는 것은 잠시일 수 있으나, '막말 정치'가 남기는 후유증은 오래간다. 비판의 정당성마저 퇴색시키고, 정치에 대한 불신만 키우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은 스스로에게 물어야 봐야 한다. '국민적 의혹 해소'라는 숭고한 목표를 위해 '모욕과 조롱'이라는 비열한 수단을 사용해도 되는 것인지?
국민의 대표에게 요구되는 것은 권위를 짓밟는 독설이 아니라, 논리와 팩트에 기반한 날카로운 질문과 품격 있는 태도다. 국민들은 지금, '막말 국회'가 아닌 '일하는 국회'를 원하고 있다.
박지원 의원의 이번 독설은 80이 넘은 고령의 나이를 떠나 아무리 생각해도 지나친 것 같다. <김창권 大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