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 “ASML 등 5대 반도체 장비사, 지난해 중국에 380억 달러 판매”… 수출 통제 강화 촉구
中 군 관련 기업과의 거래 증가… 동맹국과의 정책 조율 필요
미국 의회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네덜란드 ASML을 비롯한 세계 주요 반도체 장비 제조사들이 지난해 중국에 약 380억 달러(약 52조 원) 규모의 핵심 장비를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들 기업의 전체 매출의 약 39%를 차지하는 규모다.
이 내용은 미국 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가 10월 7일 발표한 조사 보고서에 포함됐다.
보고서는 미국의 주요 반도체 장비 기업인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Applied Materials), KLA, 램리서치(Lam Research), 그리고 네덜란드의 ASML, 일본의 도쿄일렉트론(Tokyo Electron) 등 5개사가 2023년에 중국 반도체 기업들에 총 380억 달러 규모의 장비를 판매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이 2022년부터 대중국 수출 통제를 본격화한 이후 오히려 66% 증가한 수치다.
위원회는 이들 기업의 판매 행위가 직접적으로 수출 규제를 위반한 것은 아니지만,ASML과 도쿄일렉트론이 미국의 제재 대상 중국 기업에 대한 장비 공급을 확대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의 ‘수출 금지 명단(Entity List)’에 포함된 SMIC(중국반도체제조국유기업), 창장메모리(YMTC) 등 중국 군 관련 기업이 주요 고객으로 확인됐다.
또한 승위욱(盛微旭) 기술, 선전 펑신욱(鹏新旭) 기술, 신은(青岛) 집적회로 등 3개 중국 반도체 업체도 미국 정부가 국가안보 우려를 이유로 주시 중이며,
이들은 화웨이(Huawei)의 반도체 개발을 지원하는 비밀 공급망 네트워크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져 지난해 12월 수출 금지 명단에 추가되었다.
위원회는 보고서에서 “중국은 자국 내 반도체 자급 체계를 빠르게 구축하고 있으며, 이 기술이 군사 산업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이는 미국 안보뿐 아니라 전 세계 인권과 민주적 가치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들 기업이 미래의 무기와 감시 장비 생산에 사용될 수 있는 장비를 판매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위원회는 백악관이 주요 반도체 장비 및 부품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할 것을 제안하며, 특히 중국이 자체 제작한 반도체 생산 장비의 핵심 부품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미국, 네덜란드, 일본 등 주요 동맹국 간의 정책 조율을 강화해 수출 통제의 공백을 막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현재 제재 체계에서는 미국 기업이 판매할 수 없는 장비를 외국 기업이 대신 판매할 수 있는 구조적 허점이 존재한다는 점도 지적됐다.
한편, 도쿄일렉트론 미국 자회사 사장 마크 더거티(Mark Daugherty) 는 로이터통신에 “중국 내 반도체 장비 매출이 올해부터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새 규제 조치의 영향이 일부 반영된 결과”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의 수출 통제 결과가 이상적이지 않으며, 미국과 일본 정부가 정책 조율을 강화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보고서가 미국의 대중 반도체 통제 정책이 더욱 광범위하게 강화될 신호라며, 앞으로 ASML과 일본 기업들에 대한 추가 규제 협의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