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EU 대규모 연구개발 프로젝트 ‘지평선 유럽’ 참여 검토

기술 혁신·국제 공동 연구 강화 기대

2025-10-07     최규현 기자
사진=뉴시스 제공.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0월 4일자 보도에서 일본 정부가 유럽연합(EU)이 추진하는 대규모 연구개발 프로젝트 ‘지평선 유럽(Horizon Europe)’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 계획의 총 투자 규모는 약 15조 엔(약 1,017억 달러)에 달하며, 전 세계 기업과 대학을 대상으로 한 최첨단 연구개발 프로그램이다. 일본 정부는 이를 통해 자국의 기술 혁신과 국제 공동 연구를 촉진할 기회로 보고 있다.

‘지평선 유럽’은 EU가 2021년부터 2027년까지 총 935억 유로를 투입해 환경 보호, 디지털 기술, 헬스케어 등 글로벌 핵심 과제에 대응하는 연구를 추진하는 프로그램이다. 기업과 대학은 공개 모집을 통해 참여할 수 있으며, 심사를 통과하면 EU의 연구개발 지원을 받게 된다.

EU는 비회원국에도 ‘준참여(associate membership)’ 형태로 참여를 허용하고 있으며, 한국은 지난 1월 일본보다 앞서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싱가포르 역시 협상 절차를 추진 중이다.

일본의 참여 논의는 올해 초 대학가의 요구에서 비롯됐다. 도쿄대, 교토대, 와세다대 등 11개 주요 대학으로 구성된 ‘RU11’은 정부에 공식 건의서를 제출하며 “지평선 유럽 참여는 연구 효율성과 성과를 높이고 젊은 연구자 양성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일부 일본 기업은 유럽 내 지사를 통해 개별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으나, 일본 본사 또는 국내 대학이 직접 참여할 경우 자체 자금 조달이 필수적이다. 이에 따라 일본이 국가 단위로 준참여 자격을 확보할 경우, 기업과 대학의 재정 부담이 크게 완화될 전망이다. 정부는 또한 초기 단계부터 프로젝트 설계에 개입해 일본의 중점 연구 분야와 연계할 방침이다.

EU 역시 일본의 과학기술 역량, 특히 첨단 소재 분야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유럽연합은 전기차용 신형 배터리, 재생에너지 장비 등 핵심 기술의 성능 향상을 목표로 일본과의 협력 확대를 모색 중이다. 양측은 올해 ‘첨단 재료 대화(Advanced Materials Dialogue)’ 프레임워크 설립에도 합의했다.

이는 중국 등 특정 국가에 대한 핵심 부품·소재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EU의 ‘디리스킹(de-risking, 위험 제거)’ 전략의 일환으로, 일본과의 기술 협력은 그 핵심 축으로 평가된다.

한편, 일본 정부가 지평선 유럽에 정식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EU와 국제 협정을 체결하고 일정 회비를 납부해야 한다. 협상 과정에서 예산 규모나 비용 분담 조건 등에 따라 합의가 지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EU 연구 네트워크에 본격적으로 참여할 경우, 유럽뿐 아니라 미국 연구기관과의 협력도 활발해질 것”이라며 “국제 연구개발 환경 속에서 일본의 기술 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규현 기자 kh.choi@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