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통일 35주년 앞두고 동서 격차 논란 재점화
독일 통일 35주년을 하루 앞둔 10월 2일, 사라 바겐크네히트 연합(BSW) 대표 사라 바겐크네히트가 연방 정부의 동부 사무관실 폐지를 요구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그는 “35년 동안 이 사무실을 운영했지만, 이제는 존재 이유가 없다”며 “동독 지역은 더 이상 특별한 지원이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동서 간 경제 격차가 크다는 점에서 그의 발언은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독일 경제연구소(DIW)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베를린을 제외한 동독 지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서독의 약 72%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최근 몇 년간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동독이 가까운 시일 내에 서독 경제를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인구 감소, 연구개발 투자 부족, 창업 및 투자 부진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연방 동부업무위원 엘리자베트 카이저는 10월 1일 베를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동서부의 젊은 세대가 여전히 같은 출발선에 서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동부 지역 청년들은 저소득층이거나 재산이 거의 없는 가정에서 자랄 가능성이 평균보다 훨씬 높다”며 사회적 불평등 문제를 강조했다.
여론조사 결과도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다. 북독일 라디오(NDR)와 여론조사기관 디메포의 공동 조사에 따르면,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 주민 상당수가 통일에 불만을 느끼고 있으며, 특히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 지지자의 약 3분의 2가 “통일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답했다. 사회학자 슈테판 마오는 “경제적 실망과 지역 발전 정체가 AfD가 동부에서 강세를 보이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10월 3일은 독일이 냉전 분단을 끝내고 통일을 이룬 지 35주년이 되는 날이다. 그러나 통일 이후에도 동서 간의 사회적, 경제적 격차는 여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포르사(Forsa)의 최근 조사에서 “동서 주민이 진정으로 하나가 되었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61%가 “분열이 여전히 크다”고 답했으며, 동부 주민의 경우 75%가 “통합보다 분열”이라고 응답했다.
현재 동부 지역의 실업률은 서부보다 약 1.8%포인트 높고, 대기업 본사의 대부분이 서부에 집중되어 있다. 반면 동부는 여전히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 구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청년층의 유출과 고령화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2015년 유럽 난민 위기 이후 중동 등지에서 온 난민이 대거 유입되면서, 옛 동독 지역에서는 배타적 정서가 확산되고 극우 정당의 지지율이 급등했다. 역사학자 이르코-사샤 코발추크는 “젊은 여성의 지속적인 유출로 인해 남성 비율이 높아지고, 인구 구조가 왜곡된 점이 동부 지역의 우경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통일 35년이 지난 지금, 독일은 세계 4위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지만, 여전히 동서 간의 심리적·경제적 장벽은 완전히 허물어지지 않았다. “물리적 장벽은 사라졌지만 마음의 장벽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말이 통일 35년 독일 사회의 현주소를 상징하고 있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