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평정심 잃고 자멸한 제주 SK FC, '타면자건' 교훈 남겨
프로축구 K리그1 제주 SK FC가 11위 강등권 가시거리에 놓이면서 최대의 위기에 빠졌다.
이에 반해 수원FC는 제주를 물리치고 9위로 도약해 파이널 A 진입을 위한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갔다.
두 팀의 운명이 서로 바뀐 셈이다.
수원FC는 제주 원정에서 치열한 공방전 끝에 후반 추가 시간 3분에 최치웅이 막판 결승 골을 넣어 4대 3으로 신승했다.
문제는 패배보다도 K리그1 역사상 드문 일이 발생해 팀이 최대 위기에 빠졌다는 점이다.
제주는 전반에 수비수 송지훈에 이어 후반 추가 시간에 페널티 지역 밖에서 수원 싸박의 슈팅을 막다가 핸드볼 파울로 퇴장당한 김동준 골키퍼를 비롯해 안태현, 벤치에 있던 이창민까지 모두 4명이 퇴장 명령을 받았다.
K리그 역대 최다 퇴장 대참사가 발생했는데 언론 매체는 이날 경기 평가 관련해서 "감정을 잃고 자멸한 제주 SK FC"라고 언급했다.
"승리의 열쇠는 스트레스 아래에서도 평정을 유지하는 것이다."라고 유명했던 미식축구 코치 폴 브라운은 강조했다.
통상적으로 뭔가를 반드시 이뤄야만 하고 결코 포기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엄청난 스트레스가 뒤따른다.
그런데 이는 당신만이 아닌 당신의 경쟁 상대들 역시 마찬가지다.
모두에게 공통으로 주어지는 스트레스 아래에서는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는 사람(팀)만이 승리를 거두게 된다.
마음의 평정을 위해 스트레스 자체를 지나치게 부담스러워 말고 이를 모두가 겪는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 편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결국 잘 참고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경기 흐름을 냉정하게 관찰하고 상대의 허점을 찌르는 날카로운 공격력과 침착한 수비력이 승리로 가는 지름길이 된다는 사실이다.
이와 관련 타면자건(唾面自乾)의 정신이 치열한 몸싸움을 요구하는 축구 경기에서 아주 필요한 자세다. 세상사도 마찬가지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갖은 수모와 난관 속에서도 참을성이 필요하다.
누군가 자기 얼굴에 침을 뱉으면 손으로 닦고 대항하지 않겠노라는 다짐이 요구된다.
“그 사람 앞에서 침을 닦으면 노할 테니 침이 저절로 마를 때까지 참아라.”
이번 제주 SK FC 팀이 프로축구 K리그1 선수들에게 "참는 자에게 복이 온다"는 점을 교훈을 남겨 준 셈이다.
공을 누가 잘 가지고 노느냐가 승리의 관건이다.
조태일, <꽃들, 바람을 가지고 논다>는 시에서 축구의 기본 원리를 찾을 수 있다.
"꽃(우리 선수)들, 줄기(수비)에 꼼짝 못하게 매달렸어도 바람(상대 선수)을 잘도 가지고 논다...중략
팔다리 몸통 줄기에 붙들렸어도 그 자태만으로 바람의 팔다리를 묶으며 그 향기만으로 바람의 형체(상대 팀 수비력)를 지우며 잘도 가지고 논다. 잘도 달래며 논다."
결국 축구는 누가 둥근 공을 가지고 잘 돌리면서 우위를 점하며 재미있게 노느냐가 승패의 관건이다.
싸우려고 투쟁하는 자세보다는 재미있게 둥근 공을 잘 돌리려는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 고수다.
하수는 눈앞의 몸싸움에 치중하고 고수는 전반적인 배치와 구도를 보고 공을 잘 돌리는 데 집중한다.
결국 경기에 임할 때 즐기려는 자는 일류가 되고 싸우려는 자는 이류가 되는 법이다.
이상기 칼럼니스트 sgrhee21@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