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해방의 날’ 관세 여파…글로벌 외환 거래 사상 최대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9월 30일자 보도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해방의 날(Liberation Day)’ 관세 정책이 세계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며, 글로벌 외환 거래량이 사상 최대치에 도달했다고 전했다. 국제결제은행(BIS)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4월 하루 평균 외환 거래액은 9조6천억 달러로 집계돼 3년 전의 7조5천억 달러에서 크게 증가했다. 트럼프의 관세 조치 발표 직후 달러 대비 주요 통화 환율이 급락하면서 외환 시장의 변동성이 커졌고, 이는 거래 급증으로 이어졌다.
보고서는 4월 외환 거래 규모가 하루 10조 달러를 넘어서며 역사적 기록을 세웠다고 밝혔다. 특히 영국은 세계 외환 거래의 중심지로서, 해당 기간 전체 거래량의 38%를 차지하며 1위를 유지했다. BIS는 이번 데이터가 외환시장이 글로벌 금융 변동의 최전선으로 부상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올리 제롬 도이체방크 유럽 외환 담당 이사는 “올해는 외환의 해”라며 “트럼프 관세 정책 발표 이후 고객 거래 규모가 유례없이 커졌고, 2025년 4월은 우리 은행 역사상 가장 많은 거래량을 기록한 달”이라고 말했다.
거래 구조를 보면 외환 스와프가 여전히 핵심을 차지하며 하루 약 4조 달러 규모가 오갔다. BIS는 외환 스와프가 통화시장과 정부채 시장을 연결하는 핵심 요소로, 금융 위기 이후 정부채 시장의 국제화를 촉진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외환 선물 거래 비중은 3년 전 15%에서 19%로 확대됐고, 옵션 거래도 전체의 7%를 차지하며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달러의 지배력도 여전했다. 전체 외환 거래의 89%가 달러로 결제돼 3년 전보다 오히려 상승했다. 반면 유로와 파운드의 거래 점유율은 다소 줄었다. 보고서는 달러가 올해 초 최악의 성과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계 외환시장을 압도적으로 지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번 기록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무역뿐 아니라 금융시장 전반에 걸쳐 강력한 파급력을 미치고 있음을 다시 한 번 입증하는 사례로 평가된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