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자 합의 40년… 여전히 환율에 얽매인 일본 경제
올해 9월 22일은 일본을 비롯한 5개국이 체결한 플라자 협정 40주년이 되는 날이다. 1985년 9월 22일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서독은 공동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해 달러 가치를 낮추고 미국 경제를 부양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 협정이 일본 경제에 남긴 그림자는 4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짙게 드리워져 있다.
당시 일본 정부와 통화 당국은 엔화 가치가 10~15% 정도만 절상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환율이 급등했다. 협정 체결 직전 1달러당 240엔이었던 환율은 1987년 말 130엔까지 치솟았다. 수출 중심의 일본 경제는 큰 타격을 입었고, 중앙은행은 이를 막기 위해 금리를 다섯 차례 인하했다.
그러나 과도한 통화완화는 주식과 부동산 투기를 부추겼고, 결국 일본은 ‘버블 경제’와 그 붕괴를 겪으며 장기 불황과 디플레이션에 빠졌다. 이른바 ‘잃어버린 30년’의 시작이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엔화는 안전자산으로 각광받으며 달러 대비 급등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직후에는 환율이 달러당 75.32엔까지 오르며 전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엔고는 수출기업의 부담을 키우는 동시에 일본 가계의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2012년 말 아베 신조 전 총리는 ‘아베노믹스’를 내세우며 대규모 통화완화를 단행했다. 일본은행은 2013년부터 국채를 대규모 매입하며 전례 없는 양적완화에 나섰다. 이는 일시적으로 엔저와 주가 상승을 이끌었으나, 10년 넘게 지속된 비정통적 정책은 일본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지 못했다. 일본의 잠재 성장률은 여전히 1%에 못 미쳤다.
히토쓰바시대 노구치 유키오 명예교수는 “엔저로 기업들이 해외 이익을 늘릴 수는 있었지만, 기술 개발 투자를 소홀히 하면서 생산성 성장이 저해됐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엔화 약세는 일본 내 인플레이션을 더욱 악화시켰다. 수입 물가 상승으로 가계의 재정적 부담이 커졌고, 일본의 1인당 GDP는 2023년 기준 OECD 38개국 중 22위로 떨어져 한국에도 뒤처졌다.
노구치 교수는 “일본이 선진국 지위를 상실할 위기에 놓여 있다”고 경고했다.
플라자 협정 40년이 지난 지금, 일본 경제는 여전히 환율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단기적 통화정책으로 대응해온 결과, 일본은 버블 붕괴 이후의 후유증과 성장 둔화를 반복하며 세계 경제 무대에서 입지가 점점 약화되고 있다.
최규현 기자 kh.choi@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