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권의 영화 포커스] ‘더로즈:완벽한 이혼’이 주는 환상의 균열

이혼은 파국이 아닌 거짓된 관계 청산하는 선택?

2025-09-22     김창권 대기자

 우리가 흔히 부부라는 제도를 이야기할 때, 그것은 전통적으로 사랑과 헌신, 안정과 미래를 상징해 왔다. 

 하지만 이 제도는 더 이상 ‘안정’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아실현, 경제적 성공, 사회적 인정이라는 새로운 요소들이 부부관계에 개입하면서, 관계는 점점 더 복잡한 협상과 경쟁의 장으로 변해간다.

 영화" 더 로즈: 완벽한 이혼"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한다.

 건축가 '테오'와 셰프'아이비'는 대외적으로 모두가 부러워하는 ‘완벽한 부부’였다. 그러나 엇갈린 일의 성공희비가 생기고 전대미문의 틈이 생기면서 결국 이혼까지 마주하게 된다.

 남편의 커리어 위기와 아내의 성공이라는 대비는 단순히 개인의 운명적 굴곡이 아니라, 오늘날 부부가 직면하는 권력과 역할의 재편이라는 시대적 주제를 그대로 압축한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갈등을 선악 구도로 단순화하지 않는 데 있다. 누가 잘못했는지, 누가 피해자인지 묻는 대신, 감독은 결혼이라는 제도가 개인의 욕망과 자존심, 그리고 사회적 압력 속에서 어떻게 흔들리는지를 탐구한다.

 '테오'의 몰락은 남성성의 상실만이 아니라, 한때 ‘성공’을 통해 가정 내 권위를 유지해온 전통적 남편상 자체가 무너지는 풍경이기도 하다. '아이비'의 성공 또한 단순한 해방의 서사가 아니라, 성공이 관계를 구원하지 못한다는 냉혹한 현실을 드러낸다.

 영화는 말한다. 사랑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대화와 이해 없이는 아무리 반짝이는 커리어도, 아무리 화려한 집도 부부를 지켜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관객에게 여과없이 보여준다. 

 그래서 로맨스 영화가 아니라, 현대 결혼 제도에 대한 풍자 블랙코미디이자 사회학적 드라마에 오히려 가깝다. 그것은 이혼은  파국이 아니라, 때로는 더 이상 거짓된 관계를 지속하지 않으려는 선택일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관객 또한  이 영화를 통해 되묻는다. 결혼이란 제도가 사랑의 완성을 의미하는가, 아니면 사랑이 종종 무너지는 제도적 틀일 뿐인가? "더 로즈"는 그 질문에 답을 주지 않는다. 다만 우리 각자가 자신의 관계와 욕망, 그리고 사랑의 가능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살다보면 결혼생활도 별거아니고 끝내 이혼과정까지 갈 수도 있는게 오늘을 살고있는 부부관계가 아닌가 생각한다.

 곁에 있는 사람과 더 멀어지기 전에 손을 잡고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두 사람 간의 관계가 한층 더 가까워 지리라 확신이 드는 영화다. <김창권 大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