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무인서점 확산…비용 절감·자유로운 독서 문화로 인기

2025-09-20     이창우 기자
사진=뉴시스 제공.

일본에서 점원이 없는 무인서점이 잇따라 문을 열며 독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운영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손님들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인기를 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인서점이 소규모 서점의 새로운 생존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한다.

도쿄 다이토구의 ‘투명 서점’은 약 65㎡ 규모의 공간에 3,000권의 책을 소장하고 있다. 지난 4월부터 24시간 시범 운영을 시작했으며, 그 절반은 완전 무인으로 운영된다. 매장 내에는 다수의 웹 카메라가 설치돼 원격 모니터링이 이뤄지고, 결제는 비현금 방식으로만 가능하다. 고객 응대는 ‘해파리 부점장’이라 불리는 인공지능 단말기가 담당한다. 서점장 이와미 슌스케는 “추가 비용을 들이지 않고 매출을 늘리기 위해 무인 운영을 시도하고 있다”며 “현재 매출의 약 30%가 무인 시간대에서 발생한다”고 밝혔다.

일본 출판판매회사가 운영하는 또 다른 서점은 완전 무인·회원제로, 입장 시 디지털 회원카드 QR코드 스캔이 필요하다. 9월 11일 기준 회원 수는 이미 2만7천 명을 넘어섰다.

무인서점 확산의 배경에는 개인 서점 후계자 부족과 인건비 상승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출판·판매업계 관계자는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조차 점포 유지가 어려워지고 있다”며 “무인화로 비용을 줄이고 영업시간을 늘려 수익을 내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 반응도 긍정적이다. 니가타시 주택가에 위치한 중고 무인서점 ‘이젠시 서점’은 학부모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점주 핑비런은 “아이 때문에 시끄럽거나 책을 고를 때 시선을 의식하는 고객들에게 부담 없는 공간을 제공한다”며 무인서점의 장점을 강조했다.

게이오기주쿠대 소비자행동학과 시라이 미유리 교수는 “책은 필수품은 아니지만 구입 편의성과 쾌적한 환경이 중요하다”며 “무인서점이 인기 있는 이유도 이 같은 소비자 심리와 맞닿아 있다”고 분석했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