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이후 세계,"내가 어떻게 살것인가"
화제의 책 -《먼저 온 미래》주목
2016년 알파고의 등장은 우리 인류에게 묘한 충격을 주었다. 그것은 과학기술의 찬란한 승리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인간의 오만이 산산조각 부서져 나가는 소리였다.
프로기사들이 돌 하나, 한 수에 인생을 걸던 세계에 차가운 알고리즘이 들어왔을 때, 우리는 처음으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인간다움이란 과연 무엇인가?”
작가 장강명의 『먼저 온 미래』는 그 질문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바둑계의 혼란과 적응, 그리고 인간이 느끼는 패배감을 인터뷰와 르포로 고스란히 기록했다.
기술이 인간의 창의성과 직관, 그리고 예술성마저 압도할 수 있는 시대에, 우리는 어떤 가치를 지킬 것인가? 책은 이 질문을 조용하지만 집요하게 되묻는다.
문제는 속도다. 기술의 변화 속도는 너무 빠르고, 사회적 성찰의 속도는 너무 느리다.
정부는 ‘혁신’이라는 이름 아래 AI를 부양하지만, 그로 인해 일자리를 잃거나 자존감을 잃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정책 담론에서 종종 사라진다.
효율성의 향상이 반드시 인간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믿음은 이미 낡았지만, 정치는 여전히 그 환상에 머물러 있다.
이 책이 던지는 가장 불편한 메시지는 이것이다. 기술이 가치를 선도하는 순간, 인간다움은 후퇴한다. 성과와 수치로 환산되지 않는 것들, 예컨대 예술, 낭만, 탁월함 같은 모호한 가치들은 점점 설 자리를 잃는다.
AI는 ‘무엇이 가장 이기는 수인지’ 말해줄 수 있지만, 그 수에 담긴 인간의 두려움과 희망을 완전히 설명하지는 못한다.
정치와 사회가 주목해야 할 지점은 바로 여기다. 우리는 AI 시대를 규제나 진흥의 프레임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인간이 기술 속에서 어떤 존재로 남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제도와 정책의 중심에 놓아야 한다.
기술 낙관주의자들의 언어에만 기대어선 안 된다. 그들의 언어는 언제나 ‘성장’과 ‘혁신’을 말하지만, 인간의 존엄과 의미는 종종 통계에서 아예 지워지기 때문이다.
AI 시대는 분명 기회의 시대다. 그러나 그것이 인간의 미래를 밝히기 위해선, 기술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는 사회적 성찰의 언어, 정치적 상상력이 그 무엇보다 절실하다.
지난 6월 출간 이후 장안의 화제가 되고있는 장강명 작가의 논픽션 《먼저 온 미래》가 전하는 메시지는 어쩌면 단순하다.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늦게 오는 건, 바로 우리의 뒤늦은 성찰이다. <김창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