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러시아, 서방 제재 피해 물물교환 무역 확대

2025-09-15     차승민 기자
사진=뉴시스 제공.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과 유럽의 강력한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물물교환(barter) 방식의 무역을 본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과 2014년 크림반도 합병 이후 미국, 유럽연합(EU) 및 동맹국들로부터 총 2만 5천 건 이상의 제재를 받았다. 이는 러시아 경제를 압박하고 푸틴 대통령에 대한 국내 지지를 약화시키려는 목적이었다. 특히 2022년에는 러시아 주요 은행들이 국제 결제망 SWIFT에서 배제되면서 금융 제재가 강화됐다.

워싱턴은 중국 금융권에 대해 러시아의 전쟁 지원을 중단하라고 경고했으며, 중국 은행들은 2차 제재 대상이 될 것을 우려해 루블화 결제를 기피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양국은 제재 추적을 피하기 어려운 물물교환 무역을 새로운 대안으로 삼고 있다.

러시아 경제부는 지난해 14페이지 분량의 **‘외국 물물교환 거래 지침’**을 발간해 기업들이 제재를 우회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지침은 물물교환 전용 무역 플랫폼 구축도 제안하며, 국제 거래 시 외국 기업과 상품·서비스를 직접 교환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실제로 중국 하이난의 룽판 유전 과학기술 유한회사는 러시아산 선박용 디젤 엔진을 확보하고, 그 대가로 강철·알루미늄 합금을 제공하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로이터는 무역 소식통과 세관·회사 문서를 인용해 중러 간 최소 8건의 물물교환 거래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거래 방식은 다양하다. 중국 기업이 구매한 자동차를 러시아산 곡물과 맞교환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양측은 각각 위안화와 루블화로 자동차와 곡물을 먼저 구매한 뒤, 이를 다시 물물교환 형태로 교환한다. 또 다른 사례로는 러시아가 아마씨(flaxseed)를 중국 상인들에게 제공하고, 그 대가로 중국산 가전제품과 건축 자재를 받아가는 거래가 보고됐다.

전문가들은 “중러 간 물물교환 무역은 제재망을 피해가는 임시 방편이지만, 거래 추적이 어렵고 투명성이 낮아 국제 무역 질서에 새로운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