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태그플레이션 조짐…경제 성장 둔화와 물가 상승 ‘이중 타격’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의 초기 단계에 들어섰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CNN은 11일(현지시간) 발표된 두 가지 주요 보고서를 인용해 경제 성장 둔화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 처음으로 실업수당을 신청한 인원은 약 26만3천 명으로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동시에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0.4% 상승해 연간 인플레이션율이 2.9%로 치솟았다. 이는 올해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며, 7월의 2.7%를 웃돌았다.
경제학의 기본 원리에 따르면 경기 둔화는 물가 상승이 아니라 하락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러나 실업 증가에도 불구하고 물가가 오르는 것은 경제 구조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시사한다.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SNS에 “스태그플레이션의 징후가 뚜렷해지고 있다”며 “연준은 이상적인 대응책을 갖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2022년 미국은 높은 물가 상승률을 경험했지만, 당시 탄탄한 고용시장이 충격을 완화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고용시장이 둔화되면 물가 상승과 실업 증가라는 ‘이중 악재’가 발생할 수 있다.
연방준비제도(Fed)는 물가가 오르면 금리를 인상해 ‘브레이크’를 밟고, 실업률이 오르면 금리를 인하해 ‘가속 페달’을 밟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지금처럼 물가와 실업률이 동시에 오르면 상반된 목표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오는 16일 열릴 연준의 정책회의가 더욱 주목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 발언에서 노동 시장의 침체를 고려할 때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관건은 인하 폭이 통상적인 25bp(0.25%포인트)일지, 아니면 50bp로 더 공격적인 조치를 취할지다. 이는 금리 인하 압박을 지속해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도 맞물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임명된 수석 경제 고문 스티븐 밀란을 연준 이사회에 합류시켜 정책 결정에 영향력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으로 빠져든다면, 이는 소비자뿐 아니라 정책당국에도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연준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 전 세계 금융시장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