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 금리 2% 유지…향후 방향은 신중 모드
유럽중앙은행(ECB)이 9월 11일 열린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번 결정은 시장의 예상과 일치했지만, 향후 금리 방향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신호를 주지 않았다.
ECB는 지난 6월까지 기준금리를 절반 수준으로 낮춘 뒤 2%를 유지하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유로존 경제는 여전히 좋은 상태에 있다”며 “물가상승률도 예상과 부합해 우리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밝혔다. 최근 유로존의 실업률은 6.2%로 역사적 저점에 근접했고, 인플레이션율은 2.1%로 ECB 목표치와 거의 일치한다.
라가르드 총재는 금리의 향방을 두고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그는 “무역 불확실성의 최악의 시기는 지났다”며 “경제 성장세가 강하지는 않지만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큰 변수 가능성이 적어, 오는 10월 말 열릴 다음 회의에서도 금리 동결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스페인 엘 파이스는 이번 결정이 연이은 금리 인하 국면이 종료됐음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디플레이션 과정은 끝났다”고 말하며 새로운 국면이 시작됐음을 강조했다. 그는 금리 인상과 인하 모두 가능성을 열어두었지만, 대규모 조정보다는 미세한 조정에 무게를 두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한편, 독일 《상보》는 이번 회의에서 라가르드 총재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을 간접적으로 비판하는 발언을 내놓았다고 보도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우리의 결정은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에 기반하고 있다”며 “이 상황이 계속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노동통계국 국장을 해임한 사건과 맞물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고용 지표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에리카 매켄타버 국장을 경질하고, 노동시장 보고서가 정치적 목적에 따라 왜곡됐다고 주장했으나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유로존의 통계는 유럽연합 통계청(Eurostat)이 각국 통계청으로부터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제공하며, ECB의 통화정책 결정에 핵심적인 근거로 활용된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