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권 칼럼] 노재헌 주중대사, 뉴 한중시대의 시작
수교 33주년, 국내 통합 해외 평화의 길 메시지
1992년 8월 24일. 대한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 간 공식 수교는 한국 외교사에 한 획을 그은 중요한 사건이자, 냉전 이후 동북아 질서 재편의 신호탄이었다.
이 역사적인 순간의 중심에는 노태우 전 대통령이 있었다. 그리고 33년이 지난 지금, 그의 아들인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재단 이사장이 '빅2'인 주중대사로 내정되었다.
이는 우연을 넘어선 역사적 대칭으로 읽힌다. 이번 인사의 중요한 의미는 단순히 외교관을 교체하는 것을 넘어 여러 가지 중요한 함의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경색된 한·중 관계를 복원하고 재설정하려는 시점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미·중간 환태평양을 둘러싼 전략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한국은 균형 외교를 넘어 '전략적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최근 들어 더욱 악화된 경제 협력, 단절된 문화 교류, 정치적 신뢰 부족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돌파구가 절실한 상황인 것이다.
노 내정자가 전형적인 관료 출신이 아닌 민간 외교 전문가라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그는 2012년부터 한·중 문화교류의 가교 역할을 해왔으며, 한·중관계미래발전위원회 사회문화분과 위원장 등 그 동안 구축한 다양한 경험으로 중국과의 소통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중요한 자산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미/일, 북/중/러 간 우호적인 분위기 조성으로 신냉전시대의 도래를 예측하는 상징적인 시점이라 대내외적으로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효과까지 기대되는 상황이다.
국내 전문가들은 대내적으로 국민 통합의 의미를, 대외적으로는 역사적 연속성을 기반으로 동북아 평화를 강조하는 일석이조의 노림수가 숨어있는 것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노 전 대통령이 열었던 문을 아들이 이어받아 더 넓히는 모습은 양국 모두에 '단절이 아닌 지속의 외교'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노 내정자가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사드(THAAD)를 비롯한 안보 갈등, 대만해협 문제, 미·중 갈등 속 한국의 전략적 입지 등 복잡한 현안들이 넘처난다.
그러나 위기는 동시에 기회이기도 하다. 문화와 인적 교류를 통해 '저강도 신뢰 복원'을 시작으로, 이를 경제·안보 협력으로 확장해 나가는 전략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노 내정자의 임명은 바로 그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이제는 과거가 아닌 새로운 시대를 여는 '관계 재설정'이 필요한 때다. 그리고 그 시작은 다시 중국 베이징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김창권 大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