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감흥(感興), 한시(漢詩) 백거이(白居易)

2025-09-08     이광식 칼럼니스트
사진=뉴시스 제공.

吉凶禍福有來由(길흉화복유래유): 길흉화복은 까닭이 있어 따라 오는 것이니,

但要深知不要憂(단요심지불요우): 단지 깊이 알아보되 근심하지는 말아라.

只見火光燒潤屋(지견화광소윤우): 불길이 윤택한 집을 태우기는 하여도,

不聞風浪覆虛舟(불문풍랑복허주): 풍랑이 빈 배를 엎었다는 것은 듣지 못하였네.

名爲公器無多取(명위공기무다취): 명예는 공적인 물건이니 많이 취하지 말라.
利是身災合少求(이시신재합소구): 이득은 내 몸의 재앙이니 조금만 구함이 합당하다.

雖異匏瓜難不食(수리포과난불식): 사람은 표주박과는 달라서 먹지 않기는 어려우나,

大都食足早宜休(대도식족조의휴): 대강 배 부르면 일찌감치 그만 먹음이 마땅하네.

'길흉화복의 근원을 깊이 성찰하되 걱정하진 말라'.

용렬한 욕망에 허덕이기 쉬운 필부필부(匹夫匹婦)를 향한 詩人의 일갈이 마치 화두(話頭)처럼 다가온다.

고대광실은 때로 불타 없어질 수 있으나 빈 배는 풍랑을 걱정하지 않는다. 가득 채운 배는 뒤집히는 순간 침몰하지만 빈 배는 가벼운 만큼 풍랑에 적응하기도 쉽고 뒤집혀도 유연하게 원상을 회복한다.

명리(名利)는 피하기 어려운 인간의 생태적 욕구이니 멀리하려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표주박의 비유는 '논어'에서 나왔다. 내가 감당할 수 있고 또 나서야 하는 상황에서 그냥 표주박처럼 높다랗게 걸려 있기만 하고 식용으로 쓰이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공자는 말한다.

그러나 인재가 아예 뒷짐을 지고 세상을 외면하는 것도 온당한 처세랄 수는 없다.

다만 능력과 권한 밖의 일에 간여하면 재앙일 수 있으니 안분지족하는 게 상책이다. 

詩는 현실 참여에 적극성을 띤 유가적 사유의 틀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자연의 이치에 순응한다는 노장(老莊) 사상도 아우르고 있다.

 길흉화복, 명예, 이익, 재앙 등 詩에 어울릴 성 쉽지 않은 관념적 용어 때문인지 시적 '감흥' 보다는 시인의 통찰력이 한결 더 돋보인다는, 이준식 성균관대학교 교수의 白居易 '感興' 漢詩 해석입니다.

백거이(白居易772~846/향년 74세) 1,253년(2,025년 기준) 전 당나라에서 태어난, 당나라의 저명한 시인이자 정치인으로, 자는 낙천(樂天)이며 <향산거사> 등의 호로도 불렸습니다.

그는 당나라 6대 황제 현종(이융기)의 당 제국 문명을 활짝 피웠던 시기에, 현종과 양귀비의 사랑에 대한 시(詩), '장한가' 와 같은 명시를 남겼으며, 일본의 무라사키 시키부와 한국의 정약용 등 후대의 대 문인들에도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시대를 넘나드는 시인의 높고 깊은 시가 어지러운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인에 통찰력과 영감을 주기에 합당할 것으로 여겨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