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AI시대, 산업은행은 국가 금융산업의 선봉장이 되어야 한다

2025-09-08     김명수 칼럼니스트 
사진=뉴시스 제공.

“돈이 세상을 지배한다.” 이 단순하지만 냉정한 명제는 자본주의의 본질을 드러낸다. 세계 금융시장은 지금 이 순간에도 국력의 서열을 재편하며 진화하고 있다. 미국과 선진국들이 금융을 전략산업으로 육성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금융이 곧 국가경쟁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금융의 현실은 답답하다. 여전히 예금·대출 중심의 보수적 영업에 갇혀 있고, 부동산 PF가 금융의 전부인 양 왜곡돼 있다. 혁신기업과 중소기업은 신용등급이 낮다는 이유로 문전박대를 당하는 반면, 자본은 이미 풍족한 대기업으로만 몰린다. 이는 국가 성장의 동맥을 스스로 차단하는 일이다.

한때 산업은행은 IMF 위기라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불굴의 금융전사로 대한민국을 지켜냈다. 당시에는 민영화와 투자은행 기능 강화, 글로벌 메가뱅크 도약이라는 원대한 비전도 있었다. 만약 그 길이 열렸다면 해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수많은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고, 글로벌 자산을 선점해 대한민국이 금융강국으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민영화는 ‘국부 유출’이라는 왜곡된 프레임에 갇혀 좌초했고, 혁신은 정치와 여론의 파고 속에서 질식당했다. 그 결과 산업은행은 초우량 금융기관으로 성장할 기회를 잃었다.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금융의 본질은 더욱 빠르게 바뀌고 있다. ‘은행(bank)’은 사라지고, ‘뱅킹(banking)’만 살아남는 시대다. AI 신용평가는 전통적 담보 대출을 대체하고, 블록체인 기반 자산 토큰화는 거래 방식 자체를 혁신한다. JP모건, 골드만삭스 등 세계적 메가뱅크들은 이미 AI를 경영 패러다임 전환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한국 금융이 뒤처진다면 글로벌 무대에서 생존조차 장담할 수 없다.

산업은행의 역할은 분명하다. 첫째, AI와 빅데이터 기반 정책금융 체계를 구축해 신산업 투자와 기업 구조조정의 성공률을 높여야 한다. 둘째, 글로벌 투자은행 및 핀테크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국제 금융 네트워크 속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 셋째, 본점 이전 논란은 본질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서울이냐 부산이냐가 아니라, AI와 디지털 인프라를 갖춘 글로벌 금융 허브를 어디에, 어떻게 세울 것인가다. 마지막으로 민영화를 통한 자본력과 자율성 확보가 필요하다. 이는 단순한 소유구조 개편이 아니라, KDB의 생존과 도약의 필수조건이다.

산업은행은 더 이상 정권과 지역 논리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이 제조업 강국을 넘어 금융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느냐는 산업은행의 전략적 전환에 달려 있다. AI 금융혁신의 최전선에서 국가 경제의 미래를 열어야 할 책무가 산업은행에 있다.

미래는 준비된 자의 몫이다. 지금이 바로 그 준비를 시작할 때다.

<필자 소개>

김명수는 대한민국이 선진대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자산 1,000조 원 규모의 메가뱅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지난 2008년 KDB산업은행 노조위원장 재직 당시 은행 내 수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산업은행을 CIB(민영은행)와 KOFC(정책금융공사)로 분리해 민영화를 추진하려 했지만, 대내외적인 여건의 미성숙으로 좌절된 바 있다.

현재 한국노동경제연구원 원장으로 활약하며 노동계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법학박사로서 최근 저술한 <노동정책의 배신>, <금융정책의 배신>, <선도국가>를 비롯하여 지금까지 103권의 저서를 출간했다. 또한, 한국중소벤처포럼 이사장, HQ인베스트먼트 회장을 역임하는 등 풍부한 금융 현장 경험을 갖춘 금융 전문가이며, (주)퓨텍을 직접 경영했던 전문경영인이기도 하다.

현재는 제4차 산업혁명 및 AI 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KLA 코리아 리더스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를 모색하고 있다.

김명수 칼럼니스트 
한국노동경제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