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반도체 수입 관세 부과 재확인
미·일 무역합의 이행 행정명령 서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내 생산으로 이전하지 않은 기업들에 대해 곧 반도체 수입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재차 확인했다. 다만 구체적인 세율과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9월 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기술 기업 지도자 초청 만찬에서 “높지는 않지만 상당한 세율을 부과할 것”이라며 “미국 내 공장을 건설하거나 투자 계획이 있다면 관세를 면제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애플을 사례로 언급하며, 팀 쿡 CEO가 미국 내 대규모 투자를 약속한 만큼 관세 부담에서 자유롭다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앞서 8월 중순 기자회견에서 반도체 관세가 200% 또는 300%에 달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미·일 무역합의를 이행하기 위한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이에 따라 일본산 자동차의 수입 관세는 기존 27.5%에서 15%로 인하되며, 일본 대부분의 상품에 대한 관세율도 15%로 조정된다. 쇠고기 등 일부 품목은 기존 세율을 유지한다.
새로운 세율은 소급 적용돼 8월 7일부터 효력이 발생하며, 이미 납부한 세금은 환급될 예정이다.
협정에는 일본 정부가 5,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기금을 설립해 미국 반도체, 금속, 제약, 에너지, 조선 등 핵심 산업에 자금을 투입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투자 프로젝트는 2029년 1월 19일 트럼프 대통령 임기 만료 전까지 실행될 예정이다.
양국은 별도의 공동 성명을 통해 일본이 보잉 항공기 100대를 구매하고 매년 수십억 달러 규모의 국방 장비를 추가 도입하는 한편,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 구매 계약을 논의하기로 했다.
미국과 7월 말 무역협상을 타결한 한국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추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행정명령에 서명하지 않아 한국산 자동차에는 기존 25% 관세가 유지되고 있다.
업계는 일본산 자동차 관세 인하가 현실화되면 한국산 자동차가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 무역 당국자는 “미국과 심도 있는 논의 중이나, 미국이 언제 한국 자동차 관세 인하 약속을 이행할지는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한국 대통령 이재명이 지난달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했음에도, 양국은 미국 내 한국 투자 세부 사항에서 여전히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규현 기자 kh.choi@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