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사상 최고치 돌파…연준 독립성 우려와 달러 약세가 배경
안전자산 선호 속 투자자 매수세 급증…올해 들어 33% 상승 달러 약세·인플레이션·지정학 불안이 상승세 견인
AFP와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9월 2일 국제 금 현물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온스당 3,500달러를 넘어섰다. 아시아 오전 거래에서 금값은 온스당 3,501.59달러까지 치솟아, 지난 4월 기록한 3,500.10달러의 종전 최고치를 돌파했다.
런던 금은시장협회(LBMA)의 9월 1일 오후 경매에서도 금값은 온스당 3,475달러로 집계되며 4월의 기록을 넘어섰다. 현물 시장에서는 장중 3,489달러까지 올라 역사적 고점과 불과 11달러 차이로 근접했다. 은 역시 온스당 40.76달러를 기록하며 14년 만의 최고치를 나타냈다.
투자자들이 금에 몰리는 배경에는 연준(Fed)의 독립성에 대한 우려가 자리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제롬 파월 의장을 공개 압박하고, 리사 쿡 연준 이사를 해임하겠다고 위협했다. 이 같은 정치적 개입 가능성은 통화정책 신뢰도를 흔들며 금의 매력을 높였다.
또한 시장은 9월 17일 예정된 연준 정책회의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금은 무수익 자산이지만 금리가 낮아지면 상대적으로 매력이 커진다. 8월 29일 발표된 미국 개인 소비 지출(PCE) 지표가 시장 예상치와 부합하면서 금리 인하 기대가 더욱 강화됐다.
달러 약세도 금값 상승을 뒷받침했다.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가 흔들리자, 각국 중앙은행들이 자산 다각화를 위해 금 매입을 늘리고 있다. 캐나다 몬트리올은행의 헬렌 아모스 애널리스트는 “연준뿐 아니라 미국 기관 전반의 신뢰성에 대한 의구심이 금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인플레이션 압력, 미국 경제 둔화 우려 역시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강화했다. 이로 인해 올해 들어 금값은 약 33% 상승했다.
같은 날 원유 가격도 동반 상승했다. 북해산 브렌트유는 장중 0.4% 올랐고,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1.44% 급등했다.
금과 은 가격이 잇따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통화정책 불확실성과 미국 정치·경제 리스크에 대비해 금을 ‘최후의 안전자산’으로 선택하고 있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