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자동차 업계, 고율 관세 직격탄에 실적 ‘흔들’
전기차 판매는 회복세지만, 글로벌 시장 충격 더 커
유럽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미국의 고율 관세 정책 여파로 상반기 실적에 큰 타격을 입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8월 29일 보도에 따르면, 유럽 5대 자동차 대기업은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이익이 감소하거나 적자로 돌아섰다.
폭스바겐은 2025년 상반기 순이익이 40억500만 유로로 전년 동기 대비 37% 줄었다. 미국 관세로만 13억 유로의 추가 비용을 떠안았다. BMW의 순이익도 29% 감소한 40억1,500만 유로에 그쳤다. 스텔란티스 그룹은 전년 동기 56억 유로 흑자에서 올해 22억5,600만 유로 적자로 전환하며 충격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유럽 내 전기차 시장은 회복세다. 유럽자동차제조업협회(ACEA)에 따르면, 7월 전기차 판매량은 18만6,440대로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하며 7개월 연속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독일의 보조금 중단 등으로 한때 수요가 급락했지만, 소형차 모델 확대와 시장 반작용이 줄어들면서 수요가 되살아났다. BMW는 유럽 신차 판매의 25%가 전기차로, 경쟁사보다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그러나 미국 시장에서는 고율 관세 장벽이 여전히 크다. 4월 이후 EU산 자동차에 27.5% 관세가 부과되면서 폭스바겐은 미국 판매량이 10% 감소했고, 메르세데스-벤츠는 6% 줄었다. 양측은 지난 7월 관세율을 15%로 낮추기로 합의했지만, EU가 미국산 제품에 대한 상응 조치를 내놓기 전까지 발효되지 않는다. 게다가 픽업트럭과 철강·알루미늄 부품은 여전히 각각 25%, 50%의 고율 관세가 유지되고 있다.
이 같은 여파로 유럽 완성차 업계는 잇달아 실적 전망을 낮추고 있다. 폭스바겐은 올해 영업이익률 전망을 기존 5.5~6.5%에서 4~5%로 하향 조정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도 수익 악화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며, BMW와 벤츠가 미국 내 합작 엔진 공장 설립을 검토하는 등 새로운 협력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최규현 기자 kh.choi@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