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 “극단적 폭염, 노동자 건강과 경제에 재앙적 위협”

2025-08-24     최규현 기자
사진=뉴시스 제공.

세계보건기구(WHO)가 8월 22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극단적인 고온이 전 세계 노동자들에게 가장 큰 직업적 위험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향후 노동자들의 건강과 경제에 “재앙적인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보고서는 세계기상기구(WMO)와 협력해 50여 년 만에 처음으로 고온과 노동 환경을 다룬 자료로, 인체 건강뿐 아니라 생산성과 경제적 피해까지 폭넓게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주변 온도가 섭씨 20도를 초과할 때마다 노동자의 생산성이 2~3%씩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상적인 육체 노동 환경은 섭씨 19~20도 수준으로, 최근 점점 더 빈번해지고 장기화되는 폭염은 노동 효율성을 크게 저하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전 세계 노동자 중 약 70%에 해당하는 24억 명이 직업 활동 중 극심한 고온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있으며, 매년 약 2,300만 건의 산업재해가 ‘열 스트레스’ 또는 ‘열부하’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WHO 건강증진부 뤼디거 크레이치 책임자는 “노동자 보호에 투자하면 매년 수십억 달러를 절감할 수 있다”며, 폭염 대응책 마련의 경제적 당위성을 강조했다.

이번 위험은 농업, 건설, 어업 등 야외 노동자들에게 특히 큰 위협이지만, 실내 근무자도 예외는 아니다. 열을 발생시키는 기계를 다루는 노동자 역시 고온 환경에서 심각한 건강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열 스트레스는 갈증, 과도한 발한, 피로, 현기증, 집중력 저하 등 초기 증상을 유발하며, 심한 경우 맥박 가속과 혈압 저하로 이어지고, 적절히 대응하지 못할 경우 열사병으로 발전해 의식 상실이나 장기 부전까지 초래할 수 있다.

WHO는 각국 정부와 기업, 노동조합이 협력해 폭염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기업이 생산성 손실을 줄이기 위해 보호 조치에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효과적인 접근법으로 꼽혔다. 또한 정부 차원에서는 근로 조건이 건강을 위협하지 않도록 법제화를 추진해야 하며, 노동자들에게 열 스트레스의 초기 증상을 올바르게 인지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교육과 홍보 활동이 절실하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극단적인 고온 일수가 늘어남에 따라 이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닌 전 세계적 차원의 ‘건강 위기’로 발전하고 있다며, 즉각적이고 실질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규현 기자 kh.choi@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