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온난화로 유럽 모기 매개 질병 확산, 사상 최고치 기록

2025-08-23     이창우 기자
사진=뉴시스 제공.

유럽에서 치쿤구니야열과 웨스트 나일강 열 등 모기 매개 질병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보건 당국이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유럽연합 보건기관은 8월 20일 발표에서 기후 온난화가 이러한 전염병 확산을 촉진하고 있으며, 전파 기간과 범위, 강도가 모두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 질병통제예방센터(ECDC)는 유럽이 과거보다 더 길고 밀집된 모기 매개 질병 전파 시즌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기관은 성명에서 “기온 상승, 여름 길어짐, 겨울 온난화, 강우 패턴의 변화가 모기 번식과 바이러스 확산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멜라 렌디-바그너 ECDC 책임자는 “유럽은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으며, 모기 전파 질병의 시간·범위·강도가 모두 증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치쿤구니야 바이러스를 옮기는 흰줄숲모기는 10년 전 114개 지역에서 발견되었으나, 현재는 16개 유럽 국가의 369개 지역에 확산됐다. 올해 유럽에서는 27건의 치쿤구니야열 발병이 보고돼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프랑스 알자스 지역에서 첫 번째 후천적 사례가 보고되면서 북쪽으로의 확산 위험성이 확인됐다.

웨스트 나일강 열병의 상황도 심각하다. 8월 13일 기준, 8개 유럽 국가에서 총 335건의 인간 감염 사례가 보고됐고 이 중 19명이 사망했다. 특히 이탈리아는 274명의 감염자가 발생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프랑스 역시 치쿤구니야열과 뎅기열, 웨스트 나일강 열의 국내 발생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프랑스 공중보건청에 따르면, 8월 19일 기준 치쿤구니야열 사례는 154건으로, 여름철 국내 발생 건수가 사상 처음으로 100건을 넘어섰다. 이는 예년 최고 기록(30건 이하)을 크게 초과한 수치다. 올해 초 프랑스령 레위니옹섬에서 20년 만의 대규모 치쿤구니야열 유행이 발생해 본토로 유입된 점도 확산 배경이 됐다.

뎅기열 역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 프랑스 본토에서는 7개의 집단 감염 지점에서 13건이 발생해 전주의 11건을 넘어섰다. 뎅기열과 치쿤구니야열 모두 흰줄숲모기가 전파하며, 이 모기는 원래 열대 기후에 서식했으나 지구 온난화로 인해 프랑스 전역에 자리 잡았다.

한편 웨스트 나일 열병은 흰줄숲모기가 아닌 집모기에 의해 전파되며, 최근 몇 주 사이 프랑스 본토에서 새롭게 확산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ECDC는 주민들에게 모기 퇴치제 사용, 긴 소매·긴 바지 착용, 방충망 및 모기장 설치를 권장하며 감염 예방을 당부했다. 유럽은 지금, 기후 변화로 인한 감염병 시대의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