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프라 투자, 미국 경제 성장의 양날의 검

2025-08-23     차승민 기자
사진=뉴시스 제공.

미국 경제가 고금리와 관세 혼란으로 압박받는 가운데,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가 놀라운 속도로 확산되며 성장 동력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8월 18일 보도에서, 지난해 미국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2% 중 약 6분의 1이 칩과 데이터 센터 등 컴퓨터·통신 장비 투자에서 비롯되었다고 전했다. 전력망 업그레이드와 소프트웨어 지식재산권 가치를 포함하면, AI 열풍이 GDP 성장에 기여한 비율은 무려 40%에 이른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투자 붐은 단순한 열기가 아니다. 그간 대형 기술 기업들은 주로 현금과 수익으로 자금을 충당했으나, 건설 규모가 급격히 커지면서 이제 대출에 의존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AI가 몇 년 내 폭발적인 경제 성장을 촉진할 것이라는 믿음 아래, 작은 도시와 맞먹는 전력을 소모하는 초대형 데이터 센터 건설에 나서고 있다.

1990년대 인터넷 붐과 비교할 때, AI에 대한 초기 열정은 훨씬 강하다. 인터넷 초기에는 대규모 자동화와 고속 성장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았으나, 현재 실리콘밸리에서는 AI가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실현할 것이라는 전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집중 투자는 다른 산업을 압박하고 있다. 데이터 센터 확장으로 인한 전력 수요 급증은 에너지 가격을 끌어올려 경제 전반에 부담을 주고 있다. 2025년 이후 미국 가정의 평균 전기요금은 7% 상승했으며, 이는 데이터 센터 전력 수요와 무관하지 않다. 동시에 주택 건설업과 비(非)AI 산업의 투자는 크게 위축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미국 경제는 ‘재분배’ 국면에 들어섰다. 금리와 에너지 비용에 민감한 산업의 기여가 줄어드는 반면, AI 투자의 비중은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성장 구조는 대형 기술 기업의 지속적인 자본 지출에 달려 있다. 만약 반도체·전력 공급이 병목 현상을 일으키거나 투자 속도가 둔화된다면, 경제 성장의 원천이 급격히 사라질 위험도 존재한다.

역사는 경고한다. 인터넷 붐 이후 닥친 거품 붕괴처럼, 특정 산업에 편중된 성장이 언제든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AI가 미국 경제의 신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았지만, 동시에 그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면 장기적 위험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