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형 은행, 스테이블코인 시장 진출 본격화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0일 보도를 통해 미국의 주요 은행들이 잇따라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뛰어들 계획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최근 제정된 《미국 스테이블코인 국가 혁신법》(일명 ‘천재법’)은 발행 자격 심사와 준비 자산 보유 의무 등 명확한 규제를 제시하며, 금융기관들이 안정적으로 해당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이에 따라 스테이블코인의 보급은 한층 가속화될 전망이다.
스테이블코인의 가장 큰 장점은 국경 간 송금 수수료가 극도로 낮다는 점이다. 평균적으로 0.0001~0.01달러 수준에 불과해, 그간 높은 수수료로 수익을 올려온 전통 은행업에는 상당한 위협이 되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의 조사에 따르면 은행의 국제 송금 수수료는 이보다 훨씬 높아, 비용과 속도 측면에서 스테이블코인이 압도적인 경쟁력을 지닌다.
실제 미국 주요 은행 CEO들은 스테이블코인 사업에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CEO는 “안정화폐 발행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으며,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CEO 역시 “우리는 스테이블코인 사업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다이먼은 과거 가상화폐에 대해 회의적인 발언을 반복했지만, 이제는 스테이블코인을 무시할 수 없는 흐름으로 인정하는 모습이다.
씨티은행은 국채 등 안전자산을 기반으로 한 스테이블코인 발행 지원, 현금과 스테이블코인의 교환, 토큰 수탁 서비스 등 다양한 비즈니스 확장을 구상하고 있다. 씨티은행 글로벌 파트너이자 혁신담당 임원인 비스와룹 차타지는 “기술적으로 언제든 시장에 진입할 준비가 돼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정책 당국 역시 변화에 힘을 싣고 있다. 미셸 보먼 연방준비제도 금융규제 담당 부의장은 19일 연설에서 “안정화폐는 전통적 결제 방식을 뒤엎을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며, 은행 시스템에도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며 규제 장벽 완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은행권의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 발행되는 스테이블코인의 90% 이상은 타이다(Tether)와 미국 원환 인터넷 그룹이 차지하고 있으며, 가상화폐와 핀테크 기업이 송금과 예금 같은 은행의 핵심 업무를 잠식할 가능성이 크다. 맥킨지 컨설팅에 따르면 전 세계 연간 국경 간 송금 규모는 179조 달러에 달하며, 은행이 대응하지 못할 경우 오랜 기간 누려온 독점적 시장 지위를 상실할 수 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이 쇼핑 결제 수단으로까지 확산되면 신용카드 결제의 중간 단계를 건너뛰는 구조적 변화도 나타날 수 있다. 다이먼은 “핀테크 기업들은 은행 계좌, 결제, 고객 리워드 프로그램에까지 침투하고 있다”며 “이 흐름에 대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규현 기자 kh.choi@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