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러시아산 원유 구매 재개…미국과 갈등 고조

2025-08-20     차승민 기자
사진=뉴시스 제공.

인도가 미국의 강력한 관세 압박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재개했다. 러시아 주인도 대사관 대리인 드미트리 바부시킨은 8월 20일 뉴델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는 인도에 원유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매우 특별한 메커니즘을 보유하고 있으며,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은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올해 말 뉴델리를 방문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회담할 예정이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달 초 인도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확대했다는 이유로 인도산 상품에 대해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달 27일 발효될 예정인 추가 관세가 시행되면 인도산 상품은 총 50%의 미국 관세 부담을 안게 된다.

백악관 무역 고문 피터 나바로는 《파이낸셜 타임스》 기고문에서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이 국내 수요 충족이 아닌 차익 거래 목적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재닛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인도의 주요 재벌 가문이 러시아 원유 거래에서 큰 이익을 챙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도 국영 정유사인 인도석유공사(IOC)와 바라트석유공사(BPCL)는 이달 초 미국의 압력에 따라 러시아 원유 구매를 잠시 중단했으나, 최근 다시 러시아산 우랄 원유 구매를 재개했다. 해당 물량은 9월과 10월 인도로 도착할 예정이다. 시장 분석에 따르면 브렌트유 대비 우랄유 가격 할인 폭이 7월 배럴당 1달러에서 최근 2.5~3달러로 확대돼 인도 정유사들의 매입을 자극했다.

현재 인도는 우랄유 외에도 북극산 발란제이 원유와 시베리아 경유 등 다양한 러시아산 원유를 확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움직임이 인도가 미국과의 갈등을 넘어서 모스크바 및 베이징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신호로 보고 있다. 실제로 모디 총리는 이번 달 말 베이징을 방문할 계획이며, 이는 7년 만의 중국 방문이다.

미국과의 관계 악화 속에서 인도의 전략적 외교 행보가 에너지 안보와 지정학적 균형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