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 온라인 결제·쇼핑 생태계 대변혁 예고

2025-08-18     차승민 기자
사진=뉴시스 제공.

온라인 결제 업계의 새로운 유행어는 ‘실키(silky)’다. 이는 고객이 마치 손을 흔들듯 자연스럽게, 거의 마찰 없는 방식으로 결제를 완료하는 경험을 지향한다. 기업들은 점점 더 간편해지는 온라인 결제 옵션을 내세워 소비자를 유인하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온라인 쇼핑 과정에서 단계가 줄어들수록 구매 확률이 높아진다고 지적한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챗GPT(Chat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은 쇼핑 경험을 한층 강화하며 인터넷 소매 경제 모델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는 챗GPT에서 특정 상품을 검색하면 구매 옵션이 제시되지만, 실제 결제는 여전히 개별 쇼핑몰 웹사이트에서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는 머지않아 바뀔 수 있다.

기존 인공지능 검색 기술을 보유한 한 스타트업은 최근 페이팔과 제휴해 채팅 인터페이스에서 바로 결제를 완료할 수 있는 기능을 준비 중이다. 소비자는 채팅창에서 콘서트 티켓이나 여행 상품을 구매하고, 결제는 페이팔 또는 그 산하 브랜드를 통해 처리된다. 이후 페이팔이 발송, 추적, 영수증 발급까지 담당하는 방식이다.

오픈AI(OpenAI) 역시 쇼핑을 포함한 소비자 경험 향상을 위해 다양한 기능을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매업계가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기업들이 이에 따른 전략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경고한다.

엘리자베스 퍼킨스 로아노크대 교수는 “고객이 채팅창을 떠나지 않고 쇼핑을 마무리할 수 있는 환경은 판매 주기를 크게 단축시킨다”며, 구매 과정에서 단계를 줄일 때마다 결제 전환율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또한 이러한 변화가 애플페이, 벤모 등 기존 결제 인터페이스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 조사 기업 JD의 폴 맥아담은 인공지능 결제가 결제 생태계에 충격을 줄 것이지만, 페이팔·애플·구글 등 대형 기업의 지위는 여전히 견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스타트업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으며, 일부는 대형 기업에 인수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베이는 인공지능 결제를 위협이 아니라 혁신의 기회로 보고 있다. 블레어 에싱턴 이베이 부사장은 “인공지능이 워크플로우를 단축하고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능력이 이미 입증됐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IBM의 디 워델 역시 온라인 결제 경험의 변화가 이미 임박했다고 강조했다.

미래의 쇼핑 장면은 소비자가 챗GPT나 앤트로픽(Anthropic)의 ‘클로드(Claude)’ 같은 AI 모델에 선물 추천을 요청하는 모습일 수 있다. 사용자는 채팅창에서 개인화된 제안을 받고, 결제 수단과 배송 주소를 확인한 뒤 곧바로 구매를 마칠 수 있다. 워델은 “AI 개인 비서가 거래의 중심이 될 것”이라며, 소매업체가 생태계와 채널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디지털 비즈니스 플랫폼 스프릭의 알렉스 그라프 CEO는 이를 “온라인 쇼핑 방식의 근본적 전환”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이제 소비자는 이커머스 플랫폼 검색보다 AI와의 대화를 먼저 시작한다. 전자상거래의 수익 중심은 제품 판매가 아니라 트래픽 판매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미 전자상거래 내 광고 시장이 500억 달러 규모에 달한다고 지적하며, 아마존의 핵심 수익원 역시 소매 미디어 광고 부문이라고 강조했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