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7월 도매 물가 급등…관세 압력, 연준 금리 인하 고민 가중

2025-08-17     최규현 기자
사진=뉴시스 제공.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8월 14일 보도에서 미국의 7월 도매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3.3% 상승했다고 전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미국 경제 전반에 점차 파고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최신 신호로 해석된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산업 생산자 출하 가격 지수는 2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으며, 상승률은 6월의 2.4%와 경제학자들의 예상치인 2.5%를 모두 웃돌았다. 특히 가공 상품 가격은 지난 12개월간 2.1% 상승해 2023년 2월 이후 최대폭을 기록했다.

유니온뱅크 수석 이코노미스트 빌 애덤스는 “관세로 인해 기업들이 연쇄적으로 가격을 인상했고, 결국 이는 소비자 물가에 반영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스라이트 자산관리의 최고투자책임자 크리스 자카렐리 역시 “소비자들이 체감하지 못하더라도 인플레이션이 경제 전반에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7월 소비자 물가는 전년 대비 2.7% 상승해 예상치 2.8%를 소폭 밑돌았다. 그러나 변동성이 큰 식품·에너지·무역 부문을 제외한 핵심 생산자 물가 지수는 2.8%로, 6월의 2.5%보다 높아졌다.

이번 데이터는 연방준비제도의 정책 결정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월 연준 회의에서 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있으나, 이번 수치가 인플레이션 우려를 부각시키며 금리 인하 전망을 흔들고 있다. 실제로 달러 가치와 단기 국채 수익률은 상승했고,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0.07%포인트 오른 3.74%를 기록했다. 연준의 9월 25bp 인하 가능성은 92%로 소폭 낮아졌다.

애덤스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보고서는 연준의 금리 인하를 반대하는 또 하나의 근거”라면서도 “결국 다음 결정은 고용 데이터가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노동통계국장을 교체하며 데이터 발표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도 불러일으켰다. 미국 칼리지 증권의 피터 칠 전략가는 “이번 보고서는 완벽히 긍정적인 데이터는 아니지만 고용과 소비자 물가에 비하면 부차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물가 급등은 미국 경제가 관세 충격에 따라 공급망 상류 비용 부담을 겪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으며, 향후 소비자 물가와 연준의 정책 방향에 중대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규현 기자 kh.choi@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