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금융기관 폭리,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
서민 경제를 무너뜨리는 탐욕의 사슬을 끊어야 한다
최근 몇 년간 금융시장에서 벌어진 일은 우리 모두가 체감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을 명분으로 대출 금리는 눈 깜짝할 새 두 배 이상 치솟았다. 불과 몇 년 전 1~2%대였던 금리가 이제는 5%를 훌쩍 넘어섰다. 이는 집 한 채, 가게 하나를 지키기 위해 대출에 의존하던 서민과 소상공인들에게 사실상 ‘생존 불가’ 수준의 부담을 안겼다. 하지만 정작 예금 금리는 찔끔 올랐다. 은행들은 사상 최대의 예대마진을 챙기며 ‘이익의 성찬’을 누리고 있다. 이익은 독식하고, 고통은 서민이 짊어지는 기형적인 구조가 굳어지고 있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금리 책정의 불투명성에 있다
현재 금융기관의 금리 산정 기준은 일반 소비자에게 거의 공개되지 않는다. ‘시장 상황’이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금리 변동을 정당화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산출 과정이나 내부 비용 구조는 불투명하다. 이는 금융소비자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금융기관이 사실상 마음대로 금리를 책정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
공공성은 점차 약화되고 외국인 지분소유 구조는 무한하다
국내 주요 시중은행 상당수가 외국인 지분 비율이 50%를 넘는다. 배당과 이익의 상당 부분이 해외로 유출되면서, 금융기관의 운영 목표가 ‘국내 경제 안정’이 아니라 ‘주주 수익 극대화’로 기울고 있다. 결과적으로 금융의 공공성은 약화되고, 서민과 기업 지원보다는 단기적 이익 추구에 치중하게 된다.
서민을 위한 금융은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다
서민과 영세 자영업자들은 신용등급이 낮다는 이유로 고금리 대출에 내몰리고 있다. 서민금융진흥원 등 공공 금융기관이 존재하지만, 실질적인 지원 범위와 규모는 한정적이다. 결국 서민들은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에 의존하며 더 큰 이자 부담을 떠안게 된다.
금융은 단순한 사적 이익 창출 수단이 아니다. 그것은 국민경제의 혈맥이며, 그 순환이 멈추면 국가 경제 전체가 위태로워진다. 은행이 사익만 좇는 구조를 방치한다면, 서민과 중소기업은 무너지고 그 여파는 곧 국가 경제의 붕괴로 이어진다.
해결책은 분명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금융당국의 적극적 개입과 제도 개선이다. ‘시장 자율’이라는 미명 아래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된다. 다음 다섯 가지 조치가 시급하다.
첫째, 금리 상한제를 도입하고 산정 기준을 공개하여야 한다
금융기관이 대출 금리를 책정할 때 법적으로 설정된 상한선을 넘지 못하도록 하고, 금리 산정의 세부 항목(조달금리, 가산금리, 리스크 프리미엄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둘째, 서민 대상 저금리 상품을 확대하여야 한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보증을 제공하여, 서민과 소상공인도 시중은행에서 합리적인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은행의 사회적 책무를 법률로 강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셋째, 외국인 지분율 규제하는 조치를 강화하여야 한다
금융기관의 공공성을 회복하기 위해 외국인 지분율 상한을 설정하거나, 국가 경제안정 관련 핵심 금융기관은 공적 지분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해야 한다.
넷째, 어느 정도 이자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제도를 도입하여야 한다
일정 수준 이상의 예대마진 초과이익에 대해서는 금융기관이 사회공헌기금이나 서민금융 지원 재원으로 의무 출연하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출규제의 유연성을 어느 정도 가져야 한다
DSR, DTI 등 일괄적이고 경직된 대출 규제를 서민과 자영업자에 한해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일률적 규제는 사회적 약자나 서민들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금융은 국민경제의 혈맥이다.
금융은 단순한 사적 이익 창출 수단이 아니다. 그것은 국민경제의 혈맥이며, 그 순환이 멈추면 국가 경제 전체가 위태로워진다. 은행이 사익만 좇는 구조를 방치한다면, 서민과 중소기업은 무너지고 그 여파는 곧 국가 경제의 붕괴로 이어진다.
이제 금융당국은 방관자의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 서민 경제의 방패막이이자, 시장의 균형을 잡는 조정자로 거듭나야 한다. 투명성과 공공성을 강화하는 정책만이 금융을 다시금 국민의 품으로 되돌릴 수 있다.
국민의 피 같은 돈을 빌미로 한 금융기관의 폭리가 계속된다면, 이는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정의의 붕괴다. 지금이 바로, 그 고리를 끊어야 할 때가 아니던가.
<필자 소개>
김명수는 대한민국이 선진대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자산 1,000조 원 규모의 메가뱅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지난 2008년 KDB산업은행 노조위원장 재직 당시 은행 내 수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산업은행을 CIB(민영은행)와 KOFC(정책금융공사)로 분리해 민영화를 추진하려 했지만, 대내외적인 여건의 미성숙으로 좌절된 바 있다.
현재 한국노동경제연구원 원장으로 활약하며 노동계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법학박사로서 최근 저술한 <노동정책의 배신>, <금융정책의 배신>, <선도국가>를 비롯하여 지금까지 103권의 저서를 출간했다. 또한, 한국중소벤처포럼 이사장, HQ인베스트먼트 회장을 역임하는 등 풍부한 금융 현장 경험을 갖춘 금융 전문가이며, (주)퓨텍을 직접 경영했던 전문경영인이기도 하다.
현재는 제4차 산업혁명 및 AI 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KLA 코리아 리더스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를 모색하고 있다.
김명수 칼럼니스트